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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08) 11장 영주 계백 4
[불멸의 백제] (208) 11장 영주 계백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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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2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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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계백이 아리타의 거성(居城)에 입성했을 때는 오후 신시(4시)가 되어갈 무렵이다. 아리타의 영지는 6만5천석, 계백이 차지한 3개 영지 중 가장 컸고 성(城)도 규모가 컸다. 안에 5층 누각까지 세워져있어서 볼만 했다. 영주는 영지 안에서는 절대군주다. 가신(家臣)이 곧 신하요, 사병(私兵)이 군사요, 주민은 백성이니 작은 왕국이나 같다. 이곳에서는 선발대로 온 하도리의 지휘로 가신들이 모여 있었는데 아리타의 처첩들까지 모두 대기하고 있다. 청으로 들어선 계백에게 아리타의 집사이며 중신인 고바야시(小林)가 보고했다.

“500석 이상 가신이 45명이며 그중 6명이 이번 전쟁 때 주군과 함께 사망했으며 남은 39명 중 7명이 가솔과 함께 영지를 떠난다고 합니다. 새로 오신 주군께서 받아들여 주옵소서.”

고바야시는 60세, 6천석의 봉록을 받고 있었는데 아리타를 4대째 주군으로 모셔왔다. 계백의 시선을 받은 고바야시가 말을 이었다.

“이또 영지에서는 중신 사다케가 그대로 집사로 머문다고 들었으나 저, 고바야시는 가솔과 함께 떠나기로 했습니다. 허락해주시기를.”

고바야시가 두 손을 청 바닥에 짚고 계백을 보았다. 백발에 주름진 얼굴이었지만 눈빛이 맑았고 체격도 크다. 뒤에 엎드린 가신들은 숨소리도 내지 않는다. 그때 계백이 말했다.

“네가 모신 주군 아리타는 뒤쪽의 효고 영지를 탐내고 있었더구나. 그래서 이번에 신라소와의 거사가 성공하여 백제방이 무력해지고 왕실의 권위가 약해졌을 때 섭정께 부탁하여 효고의 영지 10만 석을 차지할 계획이었지?”

계백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청안은 얼음이 덮여진 것 같다. 계백의 좌우에는 화청과 윤건 등 장수들이 벌려 앉아 있어서 마치 포로를 심문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그때 고바야시가 머리를 들고 계백을 보았다.

“예,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일장춘몽이 되었습니다.”

“너희들 가신들은 한 몸이 되어서 아리타를 모셨느냐?”

“아리타는 무장이 아닙니다. 한 번도 앞장서서 칼을 휘두른 적이 없습니다.”

고바야시가 말을 이었다.

“이번에 같이 죽은 가신 오쿠치와 키타고가 주동이 되어 아리타를 선동했기 때문입니다.”

계백이 머리를 끄덕였다.

“허락한다. 떠나라.”

“감사합니다.”

“그러나.”

계백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남은 가신들의 봉록도 일단 모두 몰수한다. 그러고 나서 다시 조정을 할 테니 모두 성 안에서 대기하라.”

추상같은 명령이다. 이제 아리타의 가신 전부는 성 안에 구금되어 심사를 받은 후에 처리가 결정될 것이었다. 그때 하도리가 소리쳤다. 하도리는 이제 영주의 선봉장 겸 위사장이다.

“모두 일어서라!”

하도리의 인솔로 가신들이 물러 나갔을 때 계백이 둘러앉은 장수들에게 말했다.

“이보게, 그대들은 나를 따라왔다가 가신(家臣)이 될 형편이 되었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때 화청이 짧게 웃었는데 흰 수염 속의 이가 드러났다.

“가신이 되었다가 본국으로 귀환하게 되면 다시 본래의 직위로 돌아가면 되지 않습니까?”

그러더니 덧붙였다.

“소장은 가신으로 주군을 모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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