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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종교·양심적 병역거부 '무죄'…14년 만에 판례 뒤집혀
대법, 종교·양심적 병역거부 '무죄'…14년 만에 판례 뒤집혀
  • 연합
  • 승인 2018.11.0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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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1949년 병역기피 처벌조항 규정후 첫 판단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신념이어야” 판단기준 제시…“피고인 이에 해당”
9대4로 갈려…반대의견 대법관들 “대체복무제 입법 기다려야” 고강도 비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집총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죄를 선고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14년 3개월 만에 변경됐다.

1949년 8월 형법에 병역기피 처벌조항이 규정된 이후로 7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이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34)씨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9(무죄) 대 4(유죄) 의견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창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오씨가 병역거부 사유로 내세운 병역거부에 대한 종교적 신념을 ‘소극적 양심실현의 자유’로 인정해 “형사처벌하는 것은 양심자유에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률적으로 병역의무를 강제하고 불이행에 대한 형사처벌 등으로 제재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에 반한다”며 “종교·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에서 규정한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무분별한 병역거부가 이뤄지지 않도록 구체적인 사건에서 종교·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하고,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신념이어야 하며,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은 신념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병역거부자가 내세운 병역거부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신념’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 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관련 소송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0월 31일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종교·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227건 모두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미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구제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법원의 결정이나 판결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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