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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에 대한 '이중구속'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이중구속'
  • 김윤정
  • 승인 2018.11.04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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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정 경제부 기자
김윤정 경제부 기자

“여태껏 서울에서 개최한 행사를 왜 올해 굳이 전주에서 진행하는지 이해가 안가네요.”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2일 ‘공적연금 국제세미나’를 전주에서 열자 서울에서 전주로 출장을 온 일부 기자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언짢은 기분을 전달받은 공단 직원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공단 측에서 답을 못하고 머뭇거리자 이를 지켜보던 한 기자선배는 “서울 출장만 10배나 늘었다고 비판할 때의 기억은 없나보다” 고 일침을 날렸다.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을 흔드는 이들의 자가당착을 꼬집은 것이다. 이들의 자가당착은 이중구속(double bind)논법에서 시작된다.

이중구속은 일관성이 없는 둘 이상의 모순되는 메시지를 동시에 전하는 것이다. 보통 이중구속은 부모가 자식에게 또는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저지르는 잘못된 의사소통 방식 중 하나다. 이중구속은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더라도 실패하게 만드는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속된말로 ‘더럽고 치사한’ 의사소통 방식이다.

이중구속 이론을 창안한 그레고리 베이트슨(Gregory Bateson)은 이 같은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될 때 정신분열증적 상황을 불러온다고 봤다.

잦은 서울출장을 문제 삼은 것과 서울에서 행사를 개최하지 않는 것을 동시에 지적한 것은 혁신도시의 의미를 퇴색시키기 위한 대표적인 자가당착적 메시지다. 이들의 유일한 희망사항은 혁신도시 공공기관의 수도권 회귀일 테다.

우리나라에서 ‘지역이기주의’ 프레임은 기득권자들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서울은 이로써 부를 독점했고, 지방은 쇠퇴해갔다. 모든 정권과 언론이 ‘지역쏠림’현상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반해 수도권을 벗어난 대형국책사업은 곧잘‘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는 이중구속 행태를 보여 왔다.

지역균형발전 담론을 대놓고 부정하지 않으면서,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효과를 공격하는 것은 전략적 행동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하는 국민과 기관 입장에서는 사기극과 진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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