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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호남오페라단의 30년 저력
[리뷰-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호남오페라단의 30년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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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0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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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오페라의 현장에서 주목받는 임세경이 <토스카>의 주연으로 드디어 고향 무대에 섰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채, 한없이 점잖은 고향 사람들이 모처럼 환호와 열광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오페라가수 임세경의 금의환향이 이뤄진 셈이다. 많이 늦은 감은 있지만, 지역주의를 표방한 호남오페라단으로서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이번 <토스카> 공연은 한국인으로서도 작은 체구의 임세경이 어떻게 아레나 디 베로나 같은 대형무대에서 각광받는 디바로 등극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귀한 무대였다.

사랑의 열정으로 온전히 대상을 소유하려 드는 질투하는 여자의 모습과 덫에 치인 운명에 목숨 걸고 저항하는 강렬한 여성상을 심지가 깊으면서도 찌르는 듯한 폭발적인 창법으로 유감없이 발휘해 듣는 이로 하여금 가끔 전율하게 했다.

이에 뒤질세라 카바라도시 역의 렌조 줄리안 역시 전설적인 드라마티코 프랑코 코넬리의 제자답게 비음이 가미된 압도적인 성량으로 임세경과 팽팽한 접전을 벌여 보는 재미를 더해줬다. 대개 이런 가수들이 소리 자랑에 매몰되기 쉬우나 노래 역시 나무랄 데 없는 호연을 보여줬다.

악은 힘을 숭상하고 그 욕망은 언제나 배가 고프다. 스카르피아 역의 박정민은 이러한 타락한 권력의 악마적 카리스마를 무게감 있게 표출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연출 김어진은 젊은 연출가답지 않게 가수들의 몸짓과 동선을 잘 통제해 전반적으로 과장되거나 튀지 않는 안정감과 세련됨을 보여줬다.

사실 오페라는 디바와 디보가 전부는 아니다. 오페라야말로 혼자 가는 것이 아닌 협력해 같이 가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지휘자 이일구는 맡은 바 역할을 무난하게 수행했다. 전주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은 지휘자에게 마음으로 호응해 음악에 깊이 몰입하였고 그 완성도를 높여줬다. 특히 전주소년소녀합창단은 예쁜 소리를 내기 위해 억눌러 죽은 소리가 아니라 청아하고 자연스러운 발성으로 쉽지 않은 역할을 잘 감당해줬다. 목동 역의 최진희는 초등학생을 뛰어넘는 능란한 연기와 가창력을 보여줘 장래에 대한 기대감을 줬다.

주인공 토스카의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려는 소박한 꿈은 비극으로 끝이 난다. 카바라도시도 죽었고 스카르피아도 죽었고 토스카도 죽었다.

잔인한 악이 저질러 놓은 이 비극 앞에 잠시 망연자실하면서도 우리는 각자의 운명을 예감하고 우리 삶의 진한 어두움을 배설한다. 이번 호남오페라단의 완성도 높은 무대가 제공해준 카타르시스 효과다. 30여 년을 축적한 호남오페라단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준 높은 무대였다.

지성호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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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ra 1 2018-11-07 17:30:03
이번 전주공연관람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임세경 선생님이 전주에 와주셔서 가까이서 세계적인 공연을보게된것같아 전주 시민들이 황홀한하루였습니다
항상응원하겠습니다 임세경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