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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삶을 기록하다
여성의 삶을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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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1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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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애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이윤애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지난주 우리센터 개관 50주년 기념행사를 마쳤다. 센터는 1968년 전북여성회관으로 출발해서 오늘의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로 자리매김 되기까지 몇 번의 청사신축과 이전은 물론이고 운영형태의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번 행사는 기념식은 물론이고 히스토리관 전시, 50년사 발간, 미래 100년을 준비할 미래포럼 등 다채롭게 준비했다.

50년의 발자취를 정리하면서 가장 난감했던 부분은 자료찾기의 어려움이었다. 몇 번의 이전과 운영주체 변경 등을 거치면서 소장했던 자료들은 거의 소실되었고 초창기에 함께 했던 분들이 이미 고인이 되신 분들도 많아 자료를 수집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어렵게 모아진 자료들과 기억들을 더듬어 아쉽지만 소중하게 50년의 역사를 정리하였다. 이번 작업과정에서 월 4000원 취미교실 수강료 영수증, 총력안보부장이 진행하는 ‘국가관’강의가 포함된 숙녀교실 강의계획표 등 시대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들도 꽤 있었다. 1982년 금암동 청사이전 개관식에 참석한 이순자여사가 기념식수한 ‘연산홍’이 매년 잘 자라는지 높이와 폭을 자로 재서 사진과 함께 청와대에 보고했었다는 에피소드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이번 기념행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화려한 기념식보다는 자료를 정리하여 기록하는 작업이었다. 50년사 발간이 늦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 한 시대의 여성들의 삶을 기록하고 기억하고 되새기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오랫동안 여성들은 삶의 현장에 항상 존재해왔으나 그 삶이 기록되지 않고 생략된 경우가 많았다. 영광스러운 삶도 치욕스러운 삶도 고난의 삶도 항상 여성이라는 이유로 기록에서 배제되어왔다. 물론 정치적 상황에 따라 기록하지 못하는 역사도 있었으나 아예 여성은 기록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여성의 역사를 여성적인 시각으로 기록하려는 움직임들이 최근 민간영역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여성독립운동가는 유일하게 유관순열사(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관순누나’로만 기억되던) 정도만 알고 있다.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발족되어 그동안 역사속에서 평가절하 되어왔던 무명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을 발굴하여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항일투쟁 과정에서 어머니로 부인으로 누이로서 독립운동가들의 ‘뒷바라지’로만 평가되었던 활동을 독립운동의 당당한 주체였음을 밝혀내는 작업이다.

여성가족부에서도 광복70주년을 맞이해 ‘독립을 향한 여성 영웅들의 행진’이라는 주제로 특별기획전을 통해 여성독립운동가들의 활동과 업적을 재조명하기도 했었다. 올해 국회 국감현장에서는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특별한 장면이 있었다.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자유한국당 김현아의원은 교육부를 상대로 유관순열사 말고도 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있으나 역사교과서가 다루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역사교과서 집필기준과 교육부 행정관료들과 집필진의 젠더의식에 대한 문제제기였다고 본다. 그동안 민간영역에서 노력해왔던 부분이 공적영역에서도 긍정적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에 센터 50주년을 준비하면서 한 가지 소망이 또 생겼다. 지역여성들의 삶을 여성적 시각으로 기록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집약해서 만나볼 수 있는 복합공간 ‘라키비움(larchiveum.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을 언젠가는 만들고 싶은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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