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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18) 11장 영주계백 14
[불멸의 백제] (218) 11장 영주계백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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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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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놈들이 겁이 난거다.”

슈토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오전 진시(8시) 무렵, 마사시성(城)이 보이는 들판에서 슈토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타카모리의 기마군 2천5백이 정연하게 대오를 갖춘 채 휴식 중이다. 언제라도 출동할 수 있도록 말은 옆에 세워놓았다.

슈토가 말을 이었다.

“저놈들은 기껏해야 2, 3백이야. 성문을 열고 나온다고 해도 한식경이면 몰살을 당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마사시성 안의 성주 윤진과 군사들은 깃발도 세우지 않고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이다. 햇살이 환한 아침이다. 밤을 세워 이곳까지 달려 온 기마군은 이제 아침을 먹고 있다. 타카모리군(軍)에게 마시시성 안의 장졸들은 압도당한 것이 분명했다. 그때 부장(副將) 나까오까가 말했다.

“슈토님, 보군은 오늘밤에나 도착할 것 같으니 군사들이 아침을 먹고 나면 영지로 내려가 정리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그래야지.”

본래 그럴 작정이었기 때문에 슈토가 선선히 대답했다. 새 영지의 회수작업이다. 주인이 바뀌었으니 그 영지에서 녹을 받아먹던 무사, 관리들은 땅을 내놓고 돌아가야 한다. 점령지 처리나 같다. 어깨를 편 슈토가 말을 이었다.

“엄연히 합의된 땅을 돌려 받는 거야. 계백이 어떤 놈이건 만용을 부리지는 못 할 것이다.”

그때 말굽소리가 울리면서 기마군사들이 달려왔다. 앞장 선 기마군을 보자 슈토가 몸을 세웠다. 주군 타카모리의 위사조장 나베였기 때문이다. 다가온 나베가 굴러 떨어지듯이 말에서 내렸을 때 슈토가 소리쳐 물었다.

“나베, 무슨 일인가?”

나베의 기색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주위의 시선이 모였고 나베가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된 얼굴을 들고 소리쳐 말했다.

“슈토님, 주군이 기습을 받아 계백에게 생포되었고 내성의 일족은 모두 몰살했습니다!”

“무엇이! 그게 무슨 말이냐!”

“어젯밤에 내성이 기습을 받았소!”

나베의 목소리가 들판을 울렸다.

“내성에 있던 중신, 주군의 일족은 모두 죽어서 산 사람이 없습니다.”

“주, 주군은?”

“계백이 생포해 갔습니다!”

“어, 어디로?”

“모릅니다!”

숨을 고른 나베가 다시 소리쳤다.

“하세가와 님의 전갈이오! 군(軍)을 철수시켜 거성으로 돌아오라고 하셨소!”

“하, 하세가와님이…”

“예, 거성에 계시오.”

그때서야 슈토가 아연한 얼굴로 옆에 선 부장 나까오까를 보았다. 초점을 잃은 눈이었고 나까오까는 그 시선도 받지 않고 외면했다. 그때 나베가 잊었다는 듯이 서둘러 말했다.

“오는 도중에 보군대장 요시무라 님을 만났소! 요시무라 님은 즉시 군사를 돌려 거성으로 회군하고 있습니다!”

슈토가 다시 머리를 돌려 마사시성(城)을 보았다. 성은 여전히 깃발 하나 세우지 않은 채 성문을 굳게 닫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두렵게 느껴졌다. 그때 부장 하나가 말했다.

“슈토님, 주군이 생포되고 일족이 멸족되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목소리가 들판 위로 울렸다.

“보군까지 돌아갔다는데 돌아가십시다!”

슈토는 숨을 들이켰다. 이것이야말로 청천벽력이란 말이 어울린다. 발을 잘 못 딛고 지옥으로 떨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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