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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19) 11장 영주계백 15
[불멸의 백제] (219) 11장 영주계백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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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1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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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하도리가 청으로 들어섰을 때는 오시(12시) 무렵이다.

“주군, 타카모리가 양도서를 쓰겠다고 합니다.”

하도리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이곳은 ‘계백성’의 청 안이다. 진시 무렵에 성에 도착한 계백이 잠깐 눈을 붙이고는 나온 참이다. 계백이 시선만 주었을 때 하도리가 말을 이었다.

“타카모리 영지 25만석을 계백령의 계백공에게 양도하겠다는 양도서입니다.”

청 안에 둘러앉은 가신(家臣), 장수들이 수군거렸는데 몇 명은 소리죽여 웃음소리를 내었다. 계백은 여전히 보료에 몸을 기댄채 듣기만 했고 하도리가 말을 계속한다.

“그리고 영지의 가신, 장수, 군민들에게 앞으로 새 영주를 맞아 충을 다하라는 글도 쓰겠다는 것입니다.”

“머리 상처는 어떠냐?”

불쑥 계백이 물었더니 하도리가 어깨를 치켜올렸다가 천천히 내렸다. 여전히 엄숙한 표정이다.

“예, 칼등에 맞은 머리 꼭지가 터졌기는 하지만 뇌가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제정신이란 말이렸다?”

“예, 머리가 아프다고 술을 달라고 해서 한병을 주었습니다.”

“영지를 내놓고 죽겠다더냐?”

“아니올시다. 주군.”

턱도 없는 말이라는 듯이 하도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살려주는 조건으로 합의서를 쓰겠다는 것입니다.”

“살겠다고?”

“예, 죽이지만 말아달라고 저한테도 사정을 합니다.”

“제 일족이 아이까지 몰사된 것을 알고 있느냐?”

“예, 제가 말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오직 제 목숨은 살려달라고 했단 말이지?”

“예, 주군.”

“옳지.”

계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영지를 가져갈만 하다. 하세가와한테 그 합의서와 가신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보내주도록 해라.”

“무엇이?”

버럭 소리친 이루카가 옆에 앉은 에미시를 보았다. 오시(12시)가 조금 지난 시간, 둘의 앞에는 타카모리 영지에서 달려온 전령이 엎드려 있다. 하세가와가 보낸 전령이다. 전령은 어젯밤의 내막을 보고했는데 과장이 심했다. 계백군(軍)을 수천명으로 보고했고 타카모리측 피해자도 수천으로 부풀렸다. 이루카의 저택 안이다. 오늘도 부친 에미시가 와있었기 때문에 진구 섭정이 내막을 함께 들은 셈이다.

“타카모리를 생포해갔단 말이냐?”

이루카가 비명처럼 묻자 전령이 한숨을 쉬었다.

40대쯤의 하세가와 가문의 가신이다.

“예, 대감.”

“일족은 다 죽이고?”

“예, 유아까지 다 죽였습니다.”

“허, 타카모리 가문이 끊겼구나.”

이루카가 말했을 때 에미시가 물었다.

“그리고 기습군이 돌아갔단 말이냐?”

“예, 대감.“

“하세가와는 그 사실만 보고하라고 하더냐?”

“예, 대감.”

“질문을 그친 에미시가 머리를 둘려 이루카를 보았다.”

“하세가와가 타카모리한테 만정이 떨어진 것 같다.”

“그나저나 계백이 안하무인입니다.”

이루카가 눈을 부릅떴다.

“이러다가 우리 가문에다 칼을 휘두를 수도 있겠습니다.”

그때 마당이 떠들썩하더니 집사가 소리쳤다.

“백제방 왕자 전하의 전령이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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