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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보다 더 오래 살고 싶어요”
“아들보다 더 오래 살고 싶어요”
  • 김보현
  • 승인 2018.11.14 19:3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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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세 아버지가 지체장애 60대 아들 돌보며 열악하게 생활
비 새고 곰팡이 낀 낡은 집에 완산구청에서 전북적십자사 제보
전북적십자사, 긴급보수비 700만원 지원해 집 보수키로
올해 구순이 넘은 김남정 옹이 낡은 집 안에 누워있는 환갑을 맞은 아들 김정동 씨를 바라보고 있다.
올해 구순이 넘은 김남정 옹이 낡은 집 안에 누워있는 환갑을 맞은 아들 김정동 씨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가고 나면 누가 아들을 돌보나요. 아들보다 더 오래 살고 싶습니다.”

14일 전주시 남정동의 낡은 양옥 지붕집. 집 안에 들어서니 곰팡이로 눅눅한 공기가 살결을 감쌌다. 빗물과 녹은 눈이 새는 집은 누런 벽지가 붕 떠 있고 장판은 쩍쩍 달라붙어 있다. 들어오기 전 힐끔 눈길을 던진 지붕 처마는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다 벗겨진 전선은 누전이 걱정됐다. 30년간 보수를 한 번도 하지 못해 사실상 폐허가 된 집. 그 안에 늙은 아들과 더 늙은 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바로 올해 구순을 넘긴 김남정 옹(가명·91)은 몸이 불편한 아들 김정동 씨(가명·61)다.

아들 김씨는 대전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하던 건장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35년 전 셋방살이 중 연탄가스에 중독돼 뇌 손상을 입었다. 이 일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고 평생을 누워 지낸다. 말을 거의 잃었고 가끔 던지는 말도 알아듣기 힘들다.

김 옹과 그의 아내는 다 큰 아들을 아기처럼 돌봤다. 그러나 아내는 아들이 병상에 누운 지 10년 만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는 게 너무 힘듭니다.”

습한 환경에 연신 기침을 하는 아들을 바라보던 김 옹은 무겁게 입을 뗐다. 그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집인 것은 나도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금자리를 옮기기가 여의치 않다. 고령인 김 옹은 근로능력이 없다. 장애1급인 아들에게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 50여 만원으로 한 달을 나고 있다.

문제는 주거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기대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허물어져 가는 이 집이 아들 김 씨의 자택이기 때문이다. 건물은 자산 가치를 잃은 지 오래지만 지원규정은 냉정했다.

김 옹은 “병간호만 해도 힘들고 벅찬데 하루하루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한다”며 “우리 형편에 더 좋은 보금자리를 찾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김 옹과 아들에게 희소식이 생겼다. 이들의 사정을 전주 조촌동 주민센터로부터 전해 들은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가 ‘희망풍차 긴급지원’ 사업을 통해 이들의 집을 개·보수해주기로 나선 것이다. 겨울 눈과 비로 누수가 심해질 것을 우려해 즉시 공사에 들어갔다. 700만 원을 들여 지붕누수, 낡은 벽과 기둥 등을 수리하고 벽지와 장판을 모두 교체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는 회비로 진행되는 긴급지원 사업을 통해 매년 평균 230여 가구를 돕고 있다.

김 옹은 “전북적십자사가 집을 수리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살아갈 의지를 갖게 됐다”며 “정말 감사하고 이제 아들과 새집에서 오래 사는 것이 내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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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2018-11-15 13:53:26
남아도는 집이 그렇게 많다면서,
그런집 주면 안돼나?

ㅡ.ㅡ 2018-11-15 00:32:31
슬퍼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