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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감독의 저작권
다큐 감독의 저작권
  • 김은정
  • 승인 2018.11.15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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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해룡 다큐멘터리 감독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2000년 그가 기록한 영상물 ‘끝나지 않은 법정’을 둘러싼 저작권 문제다. 그는 일본에서 열린‘2000년 일본군과 성노예 전범 여성 국제 법정’ 행사를 기록한 영상물을 만들었다. 당시 다섯 명으로 영상팀을 구성했다니 물리적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았을 터였다. 이 다큐는 KBS의 열린채널을 통해 방송되기도 했는데, 방송이 나가자 복사본을 요청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방송사에 부탁해 복사본 50개를 구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현 정의기억연대)도 복사본을 요청한 단체 중의 하나였다.

문제는 18년이 지난 지금 불거졌다. 아시아 프레스 인터내셔널 서울 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는 안감독이 그동안 촬영하고 기록한 일본 위안부 관련 테이프를 국가기록원에 기증 보존하는 과정에서였다. 안 감독은 테이프로 보관되어 있는 영상물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디지털화 작업으로 공공의 역사적 자산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사무실에 갖고 있던 영상물을 정리하고 보니 ‘2000년 국제 법정’ 기록물 원본을 찾을 수 없었단다. 정의기억연대로부터 당시 전달했던 복사본을 구해 국가기록원에 전달하고 디지털화한 영상물을 다시 정대협에 전달했다. 그런데 국가기록원과 협약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정의기억연대가 이 기록물의 저작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확인이 필요했지만 정의기억연대에는 18년 전 어떤 약속으로 이 영상물이 단체에 전달되었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럼에도 정의기억연대는 회의를 거쳐 자기 단체에 저작권이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변호사 자문까지 받았다는 이 단체의 결론에 안 감독은 분노했다.

‘당시 정대협은 영상팀 4명에게 200만원의 경비를 지급했다. 제작비 전체의 극히 일부였다. 그런데도 저작권을 정당화시키려고 한다. 변호사에게 자문을 받았다니 법대로 하라는 것이다. 그래 끝까지 가보자.’

그는 열악한 여건에서도 조선인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조선족, 입양아 등 식민지시대 역사와 소외된 계층의 삶을 기록하는 작업을 치열하게 지켜온 대표적인 다큐 감독이다. 20여 년 동안 일본군 피해자의 증언과 식민지 지배 하에서 권력을 갖지 못하고 배우지 못했던 가난한 민중들의 피해의 역사를 추적해온 안감독이 다른 곳도 아닌 정의와 인권을 지키는 시민단체와 분쟁하게된 상황이, 그가 안게될 상처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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