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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23) 11장 영주 계백 19
[불멸의 백제] (223) 11장 영주 계백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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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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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산요님이 오셨소.”

오꾸보가 말하자 후다나리는 몸을 일으켰다. 한낮, 오시(12시)가 조금 지났다. 가모성의 청안, 가모성주 후다나리는 타카모리의 오랜 가신(家臣)으로 녹봉 5천석, 산요의 사위가 된다. 그때 청으로 산요가 들어섰다. 피곤한 표정이다. 후다나리가 다가가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산요님, 백제방 군사를 이끌고 오셨군요.”

“백제방 군사가 아니라 계백령지의 군사네.”

산요가 수정했지만 후다나리는 시선을 떼지 않고 되묻는다.

“같은 군사 아닙니까? 백제방 영지가 계백령 아닙니까?”

“아니야. 계백령은 아리타, 마사시, 이또 영지를 합한 것으로 왜국 관할일세.”

“이제 이곳 타카모리 영지도 포함이 되겠군요.”

그때 산요가 먼저 자리에 앉았다. 청안에 후다나리의 가신 10여명이 모여 있었지만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성으로 백제방 기마군 2백여 명이 다가왔기 때문에 후다나리는 성문을 닫고 전투준비를 시켰던 것이다. 이쓰와성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가모성은 요충지다. 그리고 성에 기마군 3백, 보군 3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백제군에 끼어온 산요가 후다나리를 만나겠다면서 먼저 성에 들어온 것이다. 그때 산요가 정색하고 후다나리를 보았다.

“이보게, 후다나리. 지금 어쩔 작정인가?”

“그냥 성은 못 넘깁니다.”

33세의 후다나리가 바로 대답했다.

“죽은 주군의 원수를 갚고 죽겠습니다.”

“옳지.”

산요가 머리를 끄덕였기 때문에 청안의 시선이 모여졌다. 후다나리도 산요의 반응이 예상 밖인지 눈만 껌벅였다. 그때 산요가 말했다.

“잘했어. 장렬하게 싸우다가 죽게. 이기리라는 생각은 안했을 테니까.”

“…….”

“이 성에 군사 7백여 명, 주민 8천 정도가 있는 줄 알고 있네. 다 몰사하겠지.”

“…….”

“내가 죽기 전에 ‘타카모리를 위해 목숨을 바친 충신’이라는 묘비는 세워주지.”

“…….”

“나는 자네가 투항하리라는 기대를 안했어. 내 사위 성품쯤은 아니까. 난세에 5천석 영지를 탐내어 정세 판단도 못하고 군사를 출동시킨 ‘병신’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대병신’이라는 건 알지.”

“…….”

그리고는 산요가 쓴웃음을 짓고 후다나리를 보았다.

“밖에는 계백공의 신복무장 화청이 와 있어. 기마군 2백이지만 이 성안의 군사로는 당해내기 힘들 걸세. 대륙에서 당왕을 패퇴시키고 돌아온 백제군이니까.”

“…….”

“나도 여기서 자네하고 같이 죽겠네. 화청이 날 들여보내면서 그러더군. 한식경 안에 안나오면 같이 죽는 것으로 알겠다고.”

쓴웃음을 지은 산요가 안쪽을 기웃거렸다.

“내실이 저쪽인가? 가서 내 외손자들을 보고 있을 테니 자네는 나가서 싸우게.”

한식경쯤이 지났을 때 성 밖에 군사를 주둔시킨 화청에게 후다나리의 전령이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장군께 말씀드리오.”

“말해봐라.”

나무의자에 앉은 화청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전령을 보았다. 둘러선 무장들은 모두 백제식 가죽갑옷에 어깨에 깃털을 꽂은 무장도 있다. 당군(唐軍) 기마군의 장식인데 그것을 빼앗아 전리품처럼 꽂고 있는 것이다. 그때 전령이 말했다.

“성주 후다나리가 장병과 함께 계백령에 투항한다고 합니다. 성문을 열어드릴 것이니 진입하시라고 했습니다.”

“그럼 후다나리가 나와야지.”

화청이 흰 수염을 손으로 쓸면서 말했다.

“갑옷을 벗고 칼을 풀고 걸어서 나와 맞는 법이다. 가서 그렇게 전해라.”

그리고는 화청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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