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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24) 11장 영주계백 20
[불멸의 백제] (224) 11장 영주계백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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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1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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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에 계백은 말을 달려 쿠로기(黑木) 성 앞으로 달려가는 중이다. 뒤를 따르는 기마군은 2백, 가을 햇살이 머리 위에서 비치는 맑은 날씨다. 2백 기마군의 말굽소리가 황야를 울렸지만 가끔 말울음소리와 말장식 부딪치는 소음만 울릴 뿐 기마군은 말이 없다. 이윽고 앞장선 선봉이 속도를 늦췄고 뒤를 따르던 본대도 속보가 되었다. 쿠로기 성은 타카모리 영지의 중심에 위치한 거성(巨城)으로 성주는 타카모리의 사촌 아리아케(有明), 37세의 용장으로 성 안에는 기마군 8백에 보군 1천이 주둔하고 있다. 아래쪽 가모성을 화청에게 맡기고 병력을 반으로 나눠 곧장 쿠로기 성으로 온 것이다. 이곳이 타카모리의 영지 중 중심이며 아리아케가 가장 반항적인 위인이었기 때문이다.

“성에 깃발이 날리고 있습니다.”

옆으로 말배를 붙여온 윤진이 성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얼굴에 웃음이 떠올라 있다.

“예상대로 싸우려는 것 같습니다.”

“아리아케의 기마군은 천하무적이라고 했어.”

계백이 3리(1.5km) 거리로 다가온 성을 향해 나아가며 말했다.

“수적으로 서너배 우위에 있으니 나와 싸우려고 할 것이다.”

“참기 힘들겠지요.”

윤진이 말고삐를 감아쥐면서 말을 이었다.

“아리아케는 호승심이 강하다는 소문입니다.”

“제 사촌 일족이 몰사해서 분기가 충천해 있을까?”

“아리아케가 영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윤진이 말을 받았을 때 성에서 북소리가 울렸다.

“주군, 선두에 서지는 마십시오.”

중신(重臣) 노무라가 말하자 아리아케가 입을 벌리고 소리없이 웃었다. 마당에 앉은 아리아케는 왜인치고 거인이다. 6척의 키에 앉은 키가 커서 군사들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크다. 은으로 만든 비늘갑옷을 입고 머리의 은투구에는 황소뿔을 좌우에 붙였다. 말에도 은갑옷을 입혔기 때문에 거대한 은덩어리가 움직이는 것 같다.

“계백이 와 있는데 내가 숨겠느냐?”

아리아케의 목소리가 마당을 울렸다. 출진 북소리는 아까부터 계속해서 울리고 있다. 마당에 모인 기마군은 6백, 넓은 마당이 기마군으로 가득찼다. 말고삐를 챈 아리아케가 군사들을 향해 섰다. 아리아케는 수염이 무성했고 얼굴이 붉다. ‘타카모리 제1의 용장’이지만 단순해서 1만8천석의 영지 관리는 중신 노무라가 집사 역할로 관리하고 있다.

“들어라!”

아리아케가 버럭 소리쳤다.

“우리는 타카모리님의 원수를 갚는다! 알겠느냐!”

“옛!”

6백 기마군이 일제히 대답하자 흥분한 전마(戰馬)들이 발굽으로 땅을 찼다.

“자, 나를 따르라!”

장검을 빼든 아리아케가 다시 소리치면서 앞장을 섰다.

“우왓!”

다시 함성이 울렸다.

“옳지 나온다!”

속보로 다가가던 윤진이 성문에서 쏟아져 나오는 기마군을 보고 소리쳤다. 윤진은 1백기를 이끌고 본대의 앞에서 다가가던 중이다. 그때 앞에서 선봉장의 외침이 울렸다.

“성주가 나옵니다!”

윤진이 숨을 들이켰다. 성문과의 거리는 1리(500m), 윤진의 눈에도 성주의 문장이 박힌 깃발이 보였고 그 옆을 달려오는 은빛갑옷의 무장이 보인 것이다.

“저런!”

윤진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장관이구나.”

햇살을 받은 성주의 은빛투구와 갑옷이 번쩍인다. 더구나 말까지 은갑옷을 걸쳤기 때문에 위풍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때 윤진이 허리에 찬 장검을 뽑아 쥐었다.

“자! 따르라!”

짧게 외친 윤진이 말에 박차를 넣으면서 힐끗 뒤를 보았다. 계백이 이끈 본진 1백기는 1리쯤 뒤에서 따르고 있다. 하지만 다 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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