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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복지 양극화 시대와 예술인들의 역할
문화 복지 양극화 시대와 예술인들의 역할
  • 기고
  • 승인 2018.12.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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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애 시인·전북시인협회장
조미애 시인·전북시인협회장

화려했던 단풍잎이 지고 난 가지가 무척이나 쓸쓸해 보인다. 길을 멈추고 가까이 다가서니 나무 아래 낙엽들이 수북하다. 아직은 붉은 빛이 남아 햇살에 반짝인다. 조심스레 나뭇잎을 밟아본다 발아래 느껴지는 감촉이 부드러워 마음마저 편안하고 포근해진다.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북풍이 찾아오면 나무는 홀로 추위를 견뎌야할 것이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772년~846년)는 이맘때의 풍경을 <취중대홍엽醉中對紅葉>에서 ‘임풍초추수臨風?秋樹 대주장년인對酒長年人 취모여상엽醉貌如霜葉 수홍불시춘樹紅不是春(가을 끝머리 을씨년스런 나무 술잔 마주하고 앉은 쓸쓸한 노인 취한 모습 서리 맞은 나뭇잎 같아 얼굴 불그레하지만 청춘은 아니라네)’라고 읊었다. ‘초추?秋’는 절기상으로 소설과 대설사이에 늦가을 단풍이 초겨울 한설寒雪과의 석별이 못내 아쉬어 발걸음을 쉬 옮기지 못하는 기간을 말한다. 사람이나 나무도 청춘의 시절을 보냈으니 편히 쉬어도 좋은데 옷깃을 여미지 못하고 한 잔 술로 온기를 대신하는 노인의 모습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소득 분배 지표가 지난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어지는 경기침체와 분배제도의 미비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는 현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문화예술도 그동안 향유하고 누릴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만 기회를 제공한 것은 아닌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선택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선택의 기회는 무의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라고 주장하면서 문화예술을 향유하도록 권유하는 것은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지 못한 사람들 또는 집단을 배제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늘날 문화예술분야는 상당부분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의해 운영되고 활성화되고 있다. 재정적으로 지원을 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규제하는 것보다 훨씬 적극적인 개입이 된다. 그러므로 문화예술발전을 위해 투입되는 재정은 공적 가치의 추구에 철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공적가치를 추구할 경우에는 재원이 투입되는 것이 정당화되지만 특정 개인들의 사적 자유를 신장해주기 위해서 국가 재원이 투입될 경우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 특정 분야에 깊이 있는 지식이나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우리는 전문가라고 한다. 전문가로서 문화예술인은 당연히 권리와 책무가 필요하며 공동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을 가져야한다.

정치·사회·경제·문화적 경쟁에서 모든 사람들은 똑 같은 조건에서 출발할 수 없다.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사적 자유를 폭 넓게 허용하는 공적 가치가 추구되어야 한다. 사회에는 자유의 허용만으로도 충분한 집단이 있는 반면 제도의 보장에 의해서만 그 자유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문화 복지마저 양극화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오늘날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지 못한 사람들을 돌아보는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각종 행사들이 마무리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누릴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새로운 구상을 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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