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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은미 ‘Eternal Reflection(영원한 빛)’전] 금빛, 그 영원한 에너지
[채은미 ‘Eternal Reflection(영원한 빛)’전] 금빛, 그 영원한 에너지
  • 서유진
  • 승인 2018.12.03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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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 Heart (영원한 하트), 2018.
Eternal Heart (영원한 하트), 2018.

“금의 영원성, 변하지 않은 빛을 사랑한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서 ‘Eternal Reflection(영원한 빛)’ 채은미 개인전이 지난달 21일부터 내년 1월 12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금색 큐브(Cube, 정육면체)로 만든 나비와 하트 시리즈, 평면작품과 설치작품 등 총 36점을 보여준다.

채은미 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한 후 색채를 공부하기 위해 20여 년 전 일본 도쿄예술대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일본화 전공 교수가 무릎을 꿇고서 경건하게 화폭에 금박을 입히는 광경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그 후 작가는 금박 작업을 시작한다. ‘금박 회화’를 필두로 금박 작업은 몇 년 후 큐브와 자개로 입체적인 3D 작품으로 발전한다.

작가는 금뿐만 아니라 자개와 옻(접착제)이 가진 영원성에 매료되었다. 수도자가 하는 수행처럼 금박 작업은 세밀한 드로잉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후에 큐브에 하나씩 금박을 입히고, 자개를 얇게 저며 옻으로 붙이는, 고도의 정교하고 고된 노동을 오랜 시간 거친 후에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작가 자신이 먼저 몰입하고 매료되어야 관람객을 감동시킬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작품은 금을 선호하는 중국과 홍콩, 중동뿐만 아니라 스웨덴에서도 많은 관람객을 매혹시켰다.

이번 전시에는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 시리즈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랑의 영원성을 희구하는 인간의 염원을 작가는 금빛 큐브로 모던하게 구사했다. 핑크빛 하트 4개가 사랑스럽게 오손도손 모여 있는 작품도 놓칠 수 없다. 또 다르게 돋보이는 작품은 200호 대형 작품 ‘Eternal Sunshine(화양연화)’이다. 순금으로 도금한 수백 개 큐브로 만든 바탕에 자개로 만든 나비가 영롱하게 빛나고 있다. 나비 날개에 핀 꽃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뜻하는 화양연화(花樣年華)로 작가 인생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아픔을 딛고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고 싶은 작가의 심정이 반영된 듯이 보인다.

전시회에서 금빛은 찬란하면서도 가볍지 않고, 금속이지만 무겁지 않고 모던하고 세련됐다. 제목처럼 영원히 반사될 듯하다.

금은 광채도 빛나지만 연성도 금속 중 가장 좋다. 작가는 “금이 유연하고 부드러워 작업할 때 위안을 준다”고 유연성을 강조한 바 있다. 작가에게 위안을 주는 금의 유연성은 괴테가 말한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인류를 구원한다’에서 여성적인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작품을 둘러보고 난 뒤 수많은 단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빛, 나비, 꽃, 시, 인생, 영원, 사랑, 불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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