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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도의 날
전북 부도의 날
  • 김윤정
  • 승인 2018.12.03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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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김윤정 기자
경제부 김윤정 기자

“쓸데없는 이야기 하지마라! 기자들에겐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하겠다고만 해!”

1997년 IMF 사태를 그린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재정국 차관 역을 맡은 조우진의 대사다. 어차피 해결도 못할 일을 들추어내지 말라는 의미다.

극 중 대한민국은 이미‘국가부도 위기’를 맞은 상황이었다.

이 장면에서 문뜩 전북경제가 처한 상황이 오버랩 됐다.

전북경제의 위기는 영화 속 배경인 1997년 외환위기 시절처럼 곳곳에서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정상화에 노력 중’이라는 말로 거의 모든 답변을 대신하고 있다. 도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은 없다.

그러나 실제 전북 경제 정상화는 요원한 상태다. 오히려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역경제 위기는 통계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전북은 고용, 산업, 금융, 투자, 소비, 부동산 등 경제와 관련한 모든 수치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산업계는 물건이 팔리지 않아 재고가 점점 쌓이고 있고, 지역소비도 17%나 줄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공실률도 10%에 달한다. 여기에 취업자는 줄고 실업자는 늘어나고 있다.

조선업 훈풍도 전북만 비켜갔다.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가 늘어나며 5개월 만에 전체 제조업 경기실사지수가 반등했지만, 전북은 여전히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남은 희망인 상용차 산업이 처한 상황도 좋지 않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상용차 생산을 줄이고 인력 재배치를 단행했다. 피해자는 역시 전북이었다. 현대자동차가 트럭 생산량을 30%이상 줄이고, 3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을 전환 배치한 곳도 전주공장이다.

전북경제의 뇌관으로 거론되는 기업·가계부채에도 불이 붙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75%로 0.25%p 인상했다.

한국은행이 1년 만에 단행한 기준금리 추가인상은 전북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전북지역 대출 잔액은 이미 50조5000억 원을 훌쩍 넘겼다. 위기는 자금상환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가계나 기업, 다중채무자 등을 중심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경제를 둘러싼 전반적인 상황이 악화되면서 탈전북 현상 또한 가속화하고 있다.

전북을 떠나는 사람 중 90% 이상은 20~30대 청년이다. 30대의 자녀인 10대 이하 어린이들의 인구유출은 덤이다.

영화의 주역 중 한명인 윤정학(유아인)은 잘 나가던 회사에 사표를 내며 “난파선에서 먼저 나가는 사람이 사는 거야”라고 말한다. 전북을 떠나는 청년들의 생각도 이러할까.

이 영화의 메인 주인공은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인 한시현(김혜수)이다.

그는 국가부도 위기 보고서를 작성하며 “나라가 망하게 생겼는데 미치지 않고서야 저들(정부)도 무슨 액션이 있겠지”라는 희망을 건다. 그러나 그 희망은 이내 절망으로 바뀐다.‘국가부도의 날’의 피해자는 결국 서민이었다.  

전북경제에 드리우는 위험경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위기는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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