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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37) 12장 무신(武神) 13
[불멸의 백제] (237) 12장 무신(武神)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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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0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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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그때 계백이 머리를 돌려 히지를 보았다. 히지는 대여섯살쯤 되어 보였는데 단정한 모습이다. 얼굴도 아스나를 닮았다. 그러나 마당에서 일어난 참극을 보고는 얼굴이 하얗게 굳어져 있다. 아스나도 마찬가지다. 나란히 앉은 두 모자(母子)는 나무로 만든 인형같다. 이제 사방이 조용해졌다. 마당에 수백명의 장수와 군사가 모여섰고 청 안의 장수들도 숨을 죽이고 있다. 그때 계백이 입을 열었다.

“너, 몇살이냐?”

히지에게 물은 것이다. 깜짝 놀란 히지가 아스나부터 보았다. 눈에 두려움이 가득차 있다.

나란히 앉아있던 아스나가 대답을 하라는 눈짓을 했다. 모두의 시선을 받은 히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섯살입니다.”

계백이 다시 물었다.

“저놈들이 왜 죽었는지 아느냐?”

“예.”

계백의 눈빛이 부드러웠는데 히지가 입안의 침을 삼키고 나서 말했다.

“욕심을 부렸기 때문입니다.”

“무슨 욕심?”

“영지를 차지하려고….”

“땅입니다.”

머리를 끄덕인 계백이 히지에게 물었다.

“너, 내가 누군지 아느냐?”

“무신(武神).”

“누가 그러더냐?”

“아스코가.”

“아스코가 누구냐?”

“시녀입니다.”

“넌 무엇이 되고 싶으냐?”

“어머니를 따라 중이 되고 싶습니다.”

“중?”

“예.”

“왜?”

“아버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살아 있었다면 네 아비의 뒤를 따라 영주가 되었겠구나?”

“예.”

“영주가 되고 싶으냐?”

그때 아스나가 숨 들이켜는 소리를 내었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러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져있다. 청 안의 장수들, 마당에 모여선 장졸들도 숨을 죽이고 있다. 바람이 불어와 피비린내가 맡아졌지만 모두 히지를 주시하고 있다.

그때 히지가 대답했다.

“예.”

그순간 아스나가 어깨를 치켜 올렸다. 다시 숨을 들이켰기 때문이다. 장수들도 술렁거렸고 마당의 장수 하나는 혀 차는 소리를 내었다. 그때 계백이 물었다.

“네가 영주가 되려면 부하를 모으고 네 땅을 빼앗은 영주를 죽여야되지 않겠느냐?”

히지가 눈만 껌벅였지만 그 말이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는 표정이다. 그때 계백의 시선이 아스나에게 옮겨졌다.

“네 어머니하고 같이 말이다.”

그때 아스나가 두손을 청 바닥에 짚고 엎드렸다.

“아이의 생각없는 말입니다. 대감.”

아스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머리를 든 아스나의 볼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그때 계백이 다시 히지에게 물었다.

“너, 영주가 될 수련을 할테냐?”

이제 히지는 상황을 조금 안 것 같다. 얼굴이 하얗게 굳어진 채 눈동자만 굴리고 있다. 그때 계백이 다시 물었다.

“너, 내 양아들이 되지 않겠느냐?”

그순간 청 안 장수들이 술렁거렸다. 슈토가 어깨를 한껏 부풀렸다가 소리죽여 숨을 뱉는다. 계백의 목소리가 이어서 울렸다.

“내 양아들이 되어서 영주 수련을 해라.”

히지는 여전히 대답하지 못했고 계백의 시선이 아스나에게로 옮겨졌다.

“그대는 내 소실이 되겠는가?”

아스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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