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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41) 12장 무신(武神) 17
[불멸의 백제] (241) 12장 무신(武神)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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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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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거성(居城)인 이쓰와 성으로 돌아온 계백은 내정(內政)에 집중했다. 전(前) 영주들이 쌓아놓기만 한 군량을 풀어 굶주리는 주민에게 빌려주고 추수가 끝나면 갚으라고 했더니 창고가 금방 비워졌다. 시도때도 없이 부역으로 징발해온 악습을 철폐하고 한달에 한번, 그것도 부역에 나온 주민에게는 양곡으로 ‘부역비’를 지급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언제 ‘부역날’이 있느냐고 기다리는 상황이 되었다. 그것을 ‘계백령’ 전체에 시행한지 석달만에 주민이 2할이나 늘어났다. 무신(武神) 계백에 대한 칭송이 아스카 조정 근방뿐만 아니라 멀리 동쪽 끝까지 전해졌다. 다른 영주들이 계백령 흉내를 내었지만 바탕이 다르니 웃음거리만 될 뿐이다. 계백은 본국에서 성주(城主)를 지내 성 내 주민들의 의식주를 보살펴준 경험이 있는 영주다. 본국 백제는 왜국보다 문화나 제도가 수백년 앞선 문명국인 것이다. 내치에 힘쓴지 석달이 지난 늦가을의 어느날 저녁, 계백이 거성의 침실에서 다나에의 시중을 받으면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때 다나에가 말했다.

“대감, 제가 지난달부터 끊겼습니다.”

“무슨 말이냐?”

“예, 임신을 한 것 같습니다.”

몸을 돌린 계백이 다나에의 반짝이는 눈을 보았다. 얼굴은 어느덧 붉게 달아올랐다. 계백의 씨가 다나에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냐. 잘했다. 아들을 낳으면.”

계백이 웃음 띤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무장(武將)으로 키워라.”

“예, 대감.”

다나에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제 계백으로부터도 인정을 받은 것이다. 이 순간부터 다나에의 지위는 부인으로 상승된다. 계백이 말을 이었다.

“네가 모범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네 자식도 인정을 받는다.”

“예, 대감, 명심하겠습니다.”

“왜국에 계백의 자손임을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예.”

계백이 지그시 다나에를 보았다. 소실이 넷이나 된다. 계백가(家)의 자손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왜국이 백제화(百濟化)가 된다.



이제는 히지성주가 된 우에노가 이쓰와성으로 찾아왔을 때는 첫눈이 내렸을 때다. 청에서 우에노를 맞은 계백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네가 성주 노릇을 잘 한다고 들었다. 그래, 무슨 일이냐?”

“예, 말씀드릴 일이 있사온즉, 이것은 은밀히 말씀을 드려야만….”

청에 두손을 짚은 우에노가 쩔쩔매면서 말을 잇는다.

“주군, 주위를 물리쳐 주시면….”

“그러냐?”

쓴웃음을 지은 계백이 머리를 들고 중신들에게 말했다.

“위사장만 남고 다 물러가라.”

그러자 하도리만 옆쪽 기둥 옆에 섰고 계백과 다섯걸음 앞에 꿇어앉은 우에노 둘만 남았다. 그때 계백이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이냐? 말해라.”

“예, 아스나님에 대한 말씀을….”

“도성에 온다는 이야기냐?”

불쑥 계백이 묻자 우에노가 숨을 들이켰다가 똑바로 시선을 주었다. 얼굴이 굳어져 있다.

“주군, 저한테 그런 부탁을 하셨습니다.”

“내실 하인 편에 편지를 보냈더구나. 너는 모르고 있었느냐?”

“예, 주군. 그것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도성으로 두 모자를 불러달라는 부탁을 전하려고 왔느냐?”

“아스나님은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저는….”

“무엇이냐?”

“그러면 안된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우에노가 붉어진 눈으로 계백을 보았다.

“아스나님은 투기가 심하시고 기가 세어서 분란을 일으키게 되실 것 같습니다. 제 친척이지만 계백령에는 어울리지 않으신 분입니다.”

우에노가 이를 악물었다가 풀고 말을 이었다.

“저, 우에노가 아스나님 모자를 모시고 은퇴를 하려고 왔습니다. 국경 근처의 절로 모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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