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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도심 교통사각지대 (상) 현황] 버스 타러 운동장 6바퀴 반 거리 걸어야
[진단, 도심 교통사각지대 (상) 현황] 버스 타러 운동장 6바퀴 반 거리 걸어야
  • 김보현
  • 승인 2018.12.12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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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인후동·금암동 일대 내부 길 좁아 1~1.8km 걸어야 버스정류장 도착
주민 대부분 노인, 오르막·내리막·인도 없는 도로 이동권 침해 지적
이동훈 금암동 시민활동가 “주민들, 20년째 교통편 개선 요구
12일 전주시 금암동 일대 길이 좁고 인도가 없는 거리를 인근 주민들이 위험에 노출된 채 걷고 있다. 조현욱 기자
12일 전주시 금암동 일대 길이 좁고 인도가 없는 거리를 인근 주민들이 위험에 노출된 채 걷고 있다. 조현욱 기자

“도시에 사는데도 시내버스 타기가 왜 이렇게 멀고 힘든지 몰라.”

지난 12일 전주 금암동 거북바우로 언덕 꼭대기. 전주 경원동 한약방을 간다는 주민 임순금 씨(75)가 옷차림을 단단히 여몄다. 임 씨는 “버스정류장까지 험한 길을 한참 가야하니 잘 따라오라”고 당부했다.

임 씨의 집과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을 가기 위해 20분간 약 1km를 걸었다. 골목골목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걷다보니 저절로 숨이 찼다. 인도 없는 도로에서는 차와 사람이 뒤섞여 위태로워 보였다.

“우리도 잠깐 쉬어갑시다.”

모래내5길을 따라 걷던 중 임 씨가 한 어린이집 옆 공터에 멈췄다. 임 씨와 안면이 있던 주민 김문임 씨(73)가 쉬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병원을 다녀온 길이었던 김 씨는 “무릎이 아파서 수차례 쉬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장 6바퀴 반 정도의 거리를 걸은 후에야 모래내시장 인근 버스정류장이 나타났다.

임 씨는 “그나마 나는 정정해서 다행이지만 근방에 사는 상당수 노인들은 정류장까지 걸어갈 힘이 없어 외출을 꺼린다”며 “매번 택시를 타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된다”고 말했다.

도시 한복판에 살면서도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이 있다. 임 씨를 비롯한 전주 인후·금암동 거주민들이다.

원도심인 이곳은 길이 좁고 오래돼 시내버스가 들어설 수 없다. 금암2동·인후2동 주민센터 일대 주민과 전주동북초·전일중·전주생명과학고 학생 등은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짧게는 1km, 길게는 1.8km 이상을 걸어야 한다.

전주시가 지난해 60년 만에 시내버스 노선을 개편하는 등 주민 대중교통 이용 편익을 높이고 있지만 ‘교통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도시가 노후화되거나 구역이 커져 시내버스 진입에 한계가 있는 탓이다.

전주에는 인후·금암동을 비롯해 조촌동 일대, 완산동 시립도서관 인근·용머리고개 뒤길, 예수병원 뒤편 등이 있다. 교통 사각지대 지역 주민과 ‘코끼리가는길’ 등 시민단체들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이동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교통 개편 또는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중에서도 인후·금암동 일대가 보완이 가장 시급한 곳으로 꼽히는데 주민 대부분이 거동이 쉽지 않은 노인인 데다 지형적 특성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정류장까지 가는 길도 먼데 언덕이 가파르고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인도 없는 도로가 대부분이어서 도보 이동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암동에 사무실을 둔 시민단체 ‘코끼리가는길’의 이동훈 활동가는 “인후·금암 주민들은 20년 넘도록 교통편 개선을 요구해왔다”며, “환경적으로 시내버스 도입이 힘들다면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 교통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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