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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42) 12장 무신(武神) 18
[불멸의 백제] (242) 12장 무신(武神)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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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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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고개를 든 계백이 옆쪽에 선 하도리를 보았다. 하도리는 외면한 채 못 들은 척 하고 있다.

계백이 우에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나도 아스나 성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고노의 생존시절에 시녀를 때려 죽인 일도 있었다면서?”

“예, 주군.”

우에노가 어깨를 늘어뜨렸다. 하룻밤 고노의 사랑을 받았다는 이유로 아스나가 하인들을 시켜 때려 죽인 것이다. 물건을 훔쳤다는 누명을 씌웠지만 고노에게 둘러대려는 핑계다. 주위 사람들은 누명을 씌웠다는 것을 다 안다. 아스나는 겉으로는 청초하고 고고한 성품처럼 보였지만 내면(內面)은 잔인했고 오만했으며 투기와 고집이 세었다.

중신들이 반란을 일으킨 이유도 아스나로는 안된다는 민의(民意) 때문이기도 했다. 그때 계백이 말을 이었다.

“넌 그대로 영지를 지켜라. 나는 네가 필요하다.”

우에노가 눈만 껌벅였을 때 계백의 시선이 하도리에게 옮겨졌다.

“하도리.”

“예. 주군.”

“다 들었을 테니 네가 히지성(城)에 가서 처리를 해라.”

“예. 주군.”

계백이 다시 우에노를 보았다.

“우에노. 너는 하도리가 히지성에서 돌아올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리도록.”

그때 우에노가 입을 열었다가 닫고는 고개를 숙였다. 하도리가 서둘러 몸을 돌렸을 때 계백이 말을 이었다.

“아마 하도리는 너나 나하고는 달리 사감(私感)을 품지 않고 처리하고 돌아올 것이다.”

나흘 후, 소가 가문(家門)의 수장(首長)인 전(前) 섭정 소가 이루카를 맞는다. 이곳은 에미시의 대저택, 이루카가 찾아온 것이다. 양쪽 중신들이 늘어앉았고 두 부자는 마주보며 앉았는데 이루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님 들으셨습니까?”

“아, 귀가 먹지 않았으니까 지금 네 말도 듣는다.”

요즘 이루카가 제멋대로 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에미시가 내쏘듯 말했다. 그때 이루카가 헛기침을 했다.

“계백의 위사장 하도리란 자가 옛 고노의 영지로 들어가서 살육을 했더군요.”

“나도 들었다.”

“소실로 삼았던 고노의 처와 자식을 무참히 베어 죽였습니다. 계백이 시킨 것이지요.”

“너는 아느냐?”

“무엇을 말씀이오?”

아스카의 시선을 받은 에미시가 빙그레 웃었다.

“죽은 고노는 소실이 한명도 없었다.”

“그랬던가요?”

“이번에 죽은 고노의 처가 가만두기 않았기 때문이지.”

“투기가 심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번에 그 여자가 이쓰와성으로 데려와 달라고 백방으로 손을 썼던 모양이다.”

“그래서 죽인 겁니까?”

“계백이 죽인 것이 아니야.”

어깨를 편 에미시가 쓴웃음을 지었다.

“위사장한테 처리를 맡긴 것이지.”

“부하한테 책임을 떠넘긴 것 아닙니까?”

“계백의 용인술이다.”

정색하고 말한 에미시가 이루카를 보았다.

“반면교사야. 너는 남의 약점이나 장점을 보고 배우도록 해라.”

“앞으로 보기 싫은 소실은 위사장을 시켜서 꼭 죽이도록 하겠습니다.”

“네 교만이 언젠가는 네 목을 조일 때가 있을 것이다.”

“그 꼴을 보려면 아버님은 장수하십시오.”

그때 헛기침을 한 에미시의 중신(重臣) 하나가 말했다.

“저녁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자리를 옮기시지요.”

가끔 있는 일이어서 두 부자는 일어섰고 중신들도 뒤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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