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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관 이야기
이 도서관 이야기
  • 김은정
  • 승인 2018.12.13 19: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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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질 만큼 알려졌지만 언제 들어도 마음 따뜻해지는 도서관이 있다. 서울 서대문형무소 뒤쪽에 있는 이진아 기념 도서관. 지난 2005년 문을 연 이진아도서관은 한 기업가가 외국 유학중 교통사고로 스물 셋에 세상을 떠난 딸을 기리기 위해 사재 50억 원을 기부해 지어진 공간이다. 개인이 공공도서관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는 일도 그렇지만 진심이 전달되는 공간을 만들고자했던 건축가와 진심을 전한 동네 주민의 이야기는 더욱 특별하다.

평생 사업을 하느라 두 딸의 입학식과 졸업식에 가지 못했던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딸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다가 평소 책을 좋아하고 사회봉사에 관심이 많았던 진아씨 이름으로 도서관을 짓기로 했다. 서대문 형무소 뒤쪽에 부지가 확정되고 이어진 현상설계공모에 당선된 사람은 건축가 한형우씨. 그는 도서관이 들어설 땅의 의미와 진아씨의 아픈 사연이 잘 담긴 도서관을 만들고 싶었다.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시절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독립운동가들과 민주화인사들이 투옥되었던 서대문형무소와 딸을 잃은 아버지의 가슴 아픈 사연. 건축가는 형무소의 어둡고 닫힌 이미지와 비극적 사연을 밝고 따뜻한 이미지로 바꾸어 놓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박스형 열람실이 반복되는 공간이 아니라 내부가 통으로 시원하게 뚫린 높은 천장과 밝은 빛이 쏟아지는 열린 구조, 인왕산의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는 전망 공간과 이용객들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 있도록 배치된 계단과 복도 등 특별한 공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2005년 9월 15일 도서관 개관식날, 고인의 아버지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도서관 터 닦는 작업부터 완공까지의 과정을 찍은 사진이 담긴 CD와 ‘우리 동네에 도서관이 생겨 좋지만 그래도 진아 양이 살고 도서관이 없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란 내용의 편지였다. 편지를 쓴 사람은 ‘세진엄마’.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었던 건축가는 우여곡절을 겪고서야 세진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진아도서관을 가장 의미 있는 작업으로 꼽는 한형우 교수가 전해준 이야기가 있다. 도서관 인근 아파트 주민이었던 세진엄마의 사진 이야기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그런 사연을 가진 도서관이 들어선다는데 주민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도서관이 지어지는 모습을 기록하기로 마음먹고 날마다 베란다에 나가 공사현장을 찍기 시작했다. 개관식날 전했던 CD는 그의 진심이 담긴 선물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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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 2018-12-14 18:20:54
김은정 기자님 항상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기자님 글은 항상 마음이 따뜻해져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