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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지 않은 지역 미디어는 가능한가
한복 입지 않은 지역 미디어는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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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1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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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철 마시즘 에디터
김신철 마시즘 에디터

“한복 입고 나오면 채널 돌린다”

자주 보는 프로그램이 지역 방송국의 프로그램 편성에 밀리자 친구가 말했다. 그는 조건을 이어 붙였다. ‘한옥마을 가면 돌린다’, ‘판소리 부르면 돌린다’.

친구의 불평도 이해할 법하다. 왜 우리 방송은 한복을 입고, 한옥마을에 가며, 판소리를 부르는 걸까? 그것은 관광객이 느끼는 전주의 이미지일 뿐, 우리가 한복의 핏을 가지고 감탄하고 전율하는 사람은 아닐 텐데 말이다.

하지만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말을 들으면 과연 ‘전주다운 것’은 무엇인지, ‘전주다운 것을 바라는 사람’은 있을지 근본적인 고민이 되기 마련이다.

지역 미디어 관련 컨퍼런스들에 참가하면 비슷한 고민을 느낄 수 있다. 답은 없는데 숙제만 쌓여가는 느낌이랄까. 젊은 독자층은 텔레비전과 신문을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인터넷에서 지역의 뉴스를 보는 것도 아니다.

이런저런 고통배틀을 하고 나면 결국 ‘그래도 지역 미디어가 필요해’라는 구호로 끝이 난다. 뿌듯하긴 했는데 돌아가다 보면 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니! 지역 미디어가 필요하다는 건 원래도 알고 있었잖아!”

문득 생각해본다. 우리의 그 ‘비장함’이 오히려?지역 미디어를 살리지 못한 독이 되기도 하지 않을까? 오히려 지역 미디어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역’이라는 키워드에 너무 연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의 인터넷 환경을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단군 이래 콘텐츠를 이렇게 대충 만들어도 성공할 수 있는 시대’. 많은 고민과 의미를 치열하게 짜낸 콘텐츠 보다도 쉽고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에 열광하는 때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보다 현장의 스마트폰 동영상이 설득력도 전파력도 높은 시대다. 이제 제작비와 파급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그저 약간의 감각이 필요할 뿐이다.

그러니 우후죽순 작은 미디어들이 생겼다가 사라지고, 남은 녀석은 성장한다. 물론 이런 인터넷 미디어 환경에서‘지역’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서울’도 메리트가 없다. 비싸.

‘마실 수 있는 모든 것’을 다루는 마시즘은 딱히 지역성을 드러내지 않지만 지역 미디어다. 사무실이 점점 집으로 가까이 가고 있다. 가끔 서울에 미팅을 가면 왜 전주에서 하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집이 편해서요” 우리 콘텐츠는 만드는 사람이 편하게 만들어야 보는 사람도 편하다. 그러니 멀리 떠날 일이 없다.

한 가지 더. 기존의 미디어들도 조금 더 가볍게 생각한다면 좋겠다. 꼭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모든 독자를 잡아야 하는 걸까? 본인 업무만 소화하기에도 벅찬 인력을 사진과 포토샵과 동영상까지 제작해서 터미네이터로 만들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 것이다(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도 다 한다는 게 함정. 그래도 재밌어서 한다).

더욱 힘을 빼야 한다. 그래서 더욱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다 할 수 없다면 젊은 대학생들에게 그들만의 미디어 실험을 만들어 보라고 기회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짓고 있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초인적인 능력으로 지역 미디어를 지키고 있는 분들에게 존경과 함께 걱정의 메시지도 드리고 싶다. 내년에는 고민도 부담 없이,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이웃들을 많이 만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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