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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44) 12장 무신(武神) 20
[불멸의 백제] (244) 12장 무신(武神)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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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1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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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아스카에서 300여 리, 계백의 영지 이쯔와 성에서 200리 떨어진 무쓰 계곡, 이곳이 호족 후쿠토미(福富)의 근거지다. 후쿠토미는 왜인(倭人)으로 백제계 영주 휘하에서 무사(武士)가 되었다가 따르는 부하들과 함께 미개척지인 동국(東國)을 넘어와 호족이 되었다. 대부분의 도적무리 수괴가 이런 식으로 호족이 되거나 동국의 영주 행세를 하는 것이다. 후쿠토미의 계산에 의하면 영지의 넓이는 사방 70여 리, 서쪽의 영지 기준으로 말하면 25만석, 주민 수는 4만여 명이다. 후쿠토미는 군사 2천여 명을 보유했고 그 중 기마군이 5백, 근처에서는 적수가 없는 무력(武力)이었다. 오후 미시(2시) 무렵, 무쓰 계곡의 10리(5km) 앞에서 원정군을 정지시킨 계백에게 슈토가 다가와 보고했다.

“후쿠토미가 전군(全軍)을 모아 결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슈토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기마군 5백, 보군 1천5백 정도입니다.”

슈토의 척후가 정찰을 하고 온 것이다. 그때 슈토의 부장이 잡아온 사내를 계백 앞으로 끌고 와 무릎을 꿇렸다. 농민 차림의 사내는 사색이 되어 있다.

“이놈이 정찰하다가 도망치는 것을 잡았습니다.”

계백이 고개만 끄덕이자 슈토가 사내에게 물었다.

“후쿠토미는 지금 어디 있느냐?”

“예, 진중에 있습니다.”

사내는 바로 대답했다. 건장한 체격으로 무사(武士) 같다. 슈토가 다시 물었다.

“우리가 오는 줄 알고 있었느냐?”

“예, 이틀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대비를 하고 있었겠구나?”

“예, 후쿠토미는 무쓰 골짜기에서 싸운 다음 제각기 흩어져서 소규모 병력으로 백제군을 공격한다는 전략을 세워 놓았습니다.”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렇게 되면 원정군은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그때 슈토가 다시 물었다.

“처음부터 소규모 병력으로 싸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

“백제 대군과 한번 정면으로 부딪쳐서 허실을 알아내겠다고 합니다.”

계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절한 전술이다. 사내를 끌고 가라고 지시한 계백이 둘러선 장수들에게 물었다.

“후쿠토미가 주민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알아보도록. 서둘 것 없다.”

“예, 주군.”

계백의 의중을 알아차린 슈토가 몸을 돌렸을 때 사다케가 말했다.

“주군, 후쿠토미가 선정을 하고 있다면 살려주실 겁니까?”

“그것도 조건이 있어.”

계백이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욕심이 과한 놈이면 살려주지 못한다.”

오후 유시(6시) 무렵, 이번에는 노인 두명이 끌려왔는데 후쿠토미 세력권 안에 사는 주민이다. 진막 안으로 노인을 데려온 계백이 둘을 편하게 앉도록 한 다음에 직접 물었다.

“너희들은 본래부터 이곳에서 살았느냐?”

“아닙니다. 서쪽 아오야마 영지에서 마을 전체 주민이 이곳으로 이주했습니다.”

노인 하나가 바로 대답했다. 아오야마 영지는 아스카 서남쪽의 15만석짜리 면적이다. 바닷가에 위치해서 어업이 주업이고 산지가 많아서 농작물 소출은 적다. 그때 다른 노인이 말을 이었다.

“무신(武神)께서 오신다는 소문을 듣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디 이곳을 백제령 직할로 포함시켜 주소서.”

“후쿠토미의 포탈이 심한가?”

“수시로 양곡을 빼앗고 젊은이는 군사로 뽑아가니 주민들이 산속에 숨어 살고 있는 형편입니다.”

다른 노인이 말을 뱉는다.

“법이 없고 도적의 무리나 같습니다. 주민의 절반 이상이 유민이 되어 이곳저곳으로 도망다니고 있습니다. 부디 무신께서 백성을 구제해 주옵소서.”

그때 옆에 서있던 노무라가 사다케와 눈을 맞추더니 함께 머리를 끄덕였다. 명분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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