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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45) 13장 동정(東征) 1
[불멸의 백제] (245) 13장 동정(東征) 1
  • 기고
  • 승인 2018.12.1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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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움직이지 않아?”

척후의 보고를 받은 후쿠토미가 눈을 가늘게 떴다. 후쿠토미는 42세, 장년이다. 그러나 6척 장신에 뼈대가 굵고 힘이 장사여서 창을 던지면 20보 거리의 표적을 맞춘다. 척후가 대답했다.

“예, 사방에 정탐병을 보내면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대장군.”

“그놈들이 우리 허실을 알아내려는 게다.”

쓴웃음을 지은 후쿠토미가 옆에 선 부장(副將) 오치를 보았다. 오치는 후쿠토미의 동생이다.

“오치, 여기서 기다리다가 놈들에게 기선을 빼앗기겠다. 네가 오늘 밤 기습을 하고 나서 흩어지자.”

“그러는 게 낫겠습니다.”

신중한 편인 오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시(12시) 무렵에 놈들의 좌측을 치고 곧장 벌판을 빠져 나가지요.”

“그때부터 우리는 소부대로 흩어진다.”

후쿠토미가 둘러선 부하들을 하나씩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계백은 대륙에서만 싸웠기 때문에 왜국의 험한 지형도 모르고 이곳에 맞는 기마군 전술도 익숙하지 않아.”

모두 숨을 죽였고 후쿠토미의 목소리가 진막을 울렸다.

“우리가 무신(武神)이라는 계백을 잡아 죽이거나 지쳐서 도망치게 한다면 우리는 중부(中部) 제 1의 세력이 된다. 근처의 성들이 모두 우리에게 복속할 것이 아니겠느냐?”

“과연 그렇습니다.”

부하 하나가 맞장구를 쳤고 진막 안에 떠들썩한 소란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후쿠토미는 2,3백명 단위의 전투는 수십번 겪었지만 이런 대규모 전쟁은 처음이다. 그러나 전에 겪은 수십번의 전투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후쿠토미다. 지형 이용에 뛰어났고 직접 앞장을 서는 용장이어서 후쿠토미를 따르는 부하들이 많은 것이다. 후쿠토미가 결연한 표정으로 지시했다.

“오치, 준비해라. 자시에 기습이다.”

 

해시(오후 10시)가 되었을 때 오치는 기마군 점검을 마치고 출진보고를 하려고 후쿠토미의 진막으로 다시 들어섰다. 후쿠토미의 본진은 무쓰 골짜기의 중심에 위치했는데 3면이 골짜기로 막혔고 앞면만 트였다.

“형님, 가겠습니다.”

갑옷 차림의 오치가 당당한 모습으로 보고했다.

“그럼 나중에 뵙지요.”

“오, 한바탕 혼내주고 빠져나가라.”

이미 후쿠토미도 준비를 마친 상태다. 오치가 진격하면 후쿠토미가 이끄는 본대 5백은 뒤를 따르다가 옆으로 빠져나갈 것이었다. 나머지 1천여 명의 보군도 1백명 단위로 나뉘어져 사방으로 흩어진다. 적은 오치의 기마군 3백을 맞아 당황하다가 곧 앞이 텅 비어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었다. 그때다.

“와앗!”

함성이 울렸기 때문에 둘은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다음 순간 함성이 더 커졌다. 밤에 골짜기를 울리는 함성은 메아리까지 겹쳐 더 크고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때 진막 안으로 장수 하나가 뛰어 들어왔다.

“장군! 적이오!”

“적이라니?”

짜증이 난 후쿠토미가 버럭 소리쳤을 때 갑자기 함성과 함께 밖이 밝아졌다. 대답도 듣지 않고 밖으로 뛰쳐나간 후쿠토미는 사방이 불길로 둘러 싸여 있는 것을 보았다. 화공(火攻)이다.

“이, 이런.”

함성이 더 커졌고 주위 군사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후쿠토미는 상황을 파악했다. 백제군이 3면에 불을 지른 것이다. 좌, 우, 위쪽에서 불화살이 계속해서 날아왔고 함성은 더 커졌다.

“형님, 아래쪽으로!”

오치가 다급하게 소리친 순간이다. 아래쪽에서 부장 하나가 달려와 소리쳤다.

“적이 계곡 앞을 막았소!”

“아뿔사.”

후쿠토미가 신음했다. 무쓰계곡 앞이 막혔다는 말이다. 적이 3면을 화공으로 막은 후에 앞을 가로막았다. 이 가파른 골짜기가 불길에 둘러싸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후쿠토미다. 함성과 함께 이제는 비명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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