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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악과 세계문화
우리 음악과 세계문화
  • 기고
  • 승인 2018.12.2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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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기석 국립민속국악원장
왕기석 국립민속국악원장

문화를 얘기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말이 획일성이다. 우리 영화를 세계에 알리고, 우리의 문화를 세계 속에 소개하는데 지대한 공이 있는 임권택 감독이 어느 외국 영화제 수상소감으로,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야 할 지구촌을 황폐한 꽃밭에 비유하고 이러한 세상을 아름답게 가꿔내는데 영화도 한 몫 해야 한다고 하면서,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한반도라는 땅의 삶과 문화적 개성을 영화라는 꽃으로 피워내 꽃밭을 채우겠노라고 약속했다 한다. 그 실천으로 만든 영화가 우리나라 영화로는 최초로 칸느 영화제 본선에 올라간 <춘향뎐>이다. 임권택 감독은 이렇게 반문한다. “세계 영화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미국 영화를 아름답고 화려한 장미라 합시다. 그렇다고 장미 일색의 획일적인 꽃밭을 참다운 꽃밭이라 할 수 있습니까” 그렇다. 장미가 아름답다고 해서 모든 꽃밭이 장미로만 채워진다면 이 얼마나 살풍경(殺風景)한 세상인가?

실제로 그는 우리의 삶과 문화를 담은 영화, <씨받이> <서편제> <취화선> <천년학> 등을 통해 세계적인 감독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으며, 세계의 영화를 다양하게 하고 풍성하게 하는데 공을 세우고 있다.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담는 영화를 제작하여 세계의 영화사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그의 작업은 우리의 문화가 나아갈 길에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바람직한 문화의 구축은 자기 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자세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지구촌의 음악이 서구음악 일색으로 통일되었을 때를 상상해 보라. 그 얼마나 삭막한 세상인가? 우리음악이 살아나야 세계의 음악이 풍성해지고 나아가 세계의 문화가 다양성을 띠면서 왕성한 생명력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 음악의 위상을 바로 잡는 일은, 대한민국에 국한된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라 세계사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음악은 고유성을 유지해야 하고, 새로 창조되는 음악은 전통을 토대로 우리의 맛과 멋을 제대로 녹여낸 작품이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음악이 나아갈 길에 대한 나름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모든 음악은 세계적인 보편성과 개별적인 특수성을 동시에 지닌다. 특수성으로 인해 각 민족의 음악이 구별되고, 고유성이 인정된다. 음악에는 자기다움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보편성의 기준이 서양화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그 보편성을 강조한 나머지 우리다움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화와 서양화는 구별되어야 한다. 바람직한 현대화는 전통에 근거를 두고 이루어진다. 서양 음악사가 이를 반증한다. 서양 음악에서 전통음악은 단절 없이 이어져 왔다. 이러한 음악정신은 세대를 넘어서 계승되어 왔으며 그들의 새로운 음악은 전승에 뿌리를 두고 탄생한다. 바흐, 헨델,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음악은 400년, 200년 전의 옛 음악이다. 그러나 누구도 예전 음악이기에 현대인에게 부적당한 음악이라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고전의 원형 그대로를 사랑하면서 새로운 음악을 창조해 온 것이다.

우리는 이점을 본 받아야 한다. <溫故而知新-옛것을 익히고 나아가 새로운 것을 안다> 즉, 우리도 고전과 전통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고유성을 바탕으로 보편성이 충족된 음악을 창조하여 문화의 생명인 다양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풍요로운 인류문화 창달에 이바지해야 한다. 이것은 필자의 사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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