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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지만 확실한 디딤판이 될 당사자를 위한 전주달팽이집
소수지만 확실한 디딤판이 될 당사자를 위한 전주달팽이집
  • 기고
  • 승인 2018.12.3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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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하 민달팽이주거협동조합원
김창하 민달팽이주거협동조합원

2월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전주달팽이집이 벌써 2018년의 끝자락 까지 와있다. 누가 봐도 무모했고, 사업으로서의 지속가능성, 공공으로서의 효과 둘 중 어느 하나 장담할 수 없었지만, 이번 사업이 시도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고 있는 구성원과 도전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도움을 주었던 많은 분들 덕에 올 한해를 무사히 넘긴 것 같다. 물론 쉐어하우스가 뭔지도 모르고 들어와 잘 살아준 식구들이 제일 신기하고 고맙다.

마치 지역의 청년의 모든 주거문제를 해결할 것 같은 마음으로 시작했고, 협동조합으로서는 나름 거액의 돈을 들인 것과 다르게 입주를 시작한 시점부터 전주달팽이집은 “전주 청년을 위한 달팽이집” 이 아닌 “전주의 직장인 청년을 위한 달팽이집”으로 시작했다. 사회주택이라는 공공성을 가진 사업이지만, 서울처럼 사회주택을 통해 시중가보다 싼 월세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긴 힘들었다. 독립을 경험해보고 싶은 지역 청년 누구나 살 수 있도록 월세의 문턱을 낮추고 싶었으나, 지역에서 민간단체에서만은 풀 수 없다는 한계를 체감했다.

살아보니 월세를 낼 수 있다고 해서 “청년 누구나” 살 수 있는 집도 아니었다. 마당, 옥상 거실, 부엌, 화장실 등 공용공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집은 손이 많이 가서, 식구들과 살림을 적절히 나눠서 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살림에 대한 부담이 전가되던지, 누구도 살림을 안하면 집이 망가지고 불쾌해지는 공간이 되 버린다. 적어도 살림을 나누는데 동의하고 자신의 몫은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전주달팽이집에 살 수 있다. 집안의 따뜻함과 안정감도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닌, 매일매일 사는 사람들의 손길로 만들어 진다는 것을 살림을 경험해 보며 알았다.

반상회에 참여하지 않으면 살기 불편한 곳이기도 하다. (가족도 마찬가지이지만) 다양한 사람,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달팽이집에 살고 있고, 저마다 주거공간에서 살아가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달에 한번 반상회 자리에서는 다른 식구들이 이해 할 수 있게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충분히 대화하고, 서로가 인정할 수 있는 수준에서 협의하고, 협의된 내용을 이행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습관이던지 사고방식이던지 변화를 겪게 된다. 결국 한 사람을 이해 한다는 것은 자신의 이해해의 폭을 넓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반상회에 참여는 달팽이집 살이의 필수요소이다.

이외에도 민달팽이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를 통해, 거주하고 있는 달팽이집이 조합원의 자산이며 조합원들을 위해서 집을 소중히 다루었으면 하는 당부와 월세는 조합의 자산으로 다음 달팽이집을 제공하는데 보탬이 되며, 월세의 일부는 조합의 자산을 관리하는 상근자가 마땅이 받아야 하는 일에 대한 보상이자 생계를 위한 비용이므로 월세를 내는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살아 보기도 전에, 당부와 책임을 이야기하는 것이 문턱을 만들어 내는 것 같지만, 1년을 지내보니, 전주달팽이집은 ‘모두를 위한 집’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다가오는 해에는 주거환경과 관계의 변화를 통해 당사자가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확실한 디딤판이 될 수 있도록, 발을 닫기 전에 명확히 보이고 디딘 후 올라 설 수 있는 안전하고 분명한 안전망 중의 하나로 다듬으려 한다.

2019년도 달팽이집살이를 통해 당사자의 삶이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변화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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