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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묵: 또 하나의 시(時)질서를 위하여'전] 우주 속에 던져진 '인간의 전율'
['한묵: 또 하나의 시(時)질서를 위하여'전] 우주 속에 던져진 '인간의 전율'
  • 서유진
  • 승인 2018.12.3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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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묵 작품 '새와 태양'.
한묵 작품 '새와 태양'.

한국기하추상의 선구자 ‘한묵: 또 하나의 시(時)질서를 위하여’ 한묵(韓默, 1914~2016) 전시회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지난 11일부터 내년 3월 24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묵이 이룩한 화업(畵業)을 전체적으로 조명하는 첫 유고전이다. 서울시대와 파리시대로 구분하고, 1950년대의 구상부터 시공간의 역동적 기하추상이 완성되는 1990년대 작업을 망라했다.

한묵 화백은 시공간과 생명의 근원을 평생 탐구, 기하학적 추상미술 언어로 구현한 한국추상미술의 거장이다. 한묵은 빨강·노랑·파랑의 원색을 그만의 독특한 역동적인 선과 형태로 기학학적인 추상미술을 구현했다. 한묵 화백은 시공간 즉 우주, 4차원을 2차원의 화폭에 담아내는 작업을 평생 해왔다.

1914년 서울에서 출생한 한묵은 일본 가와바타 미술학교를 1944년 졸업한 후 1955년 홍익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51년에는 부산에서 이중섭과 박고석과 함께 ‘기조회(基潮會)’를 창립하고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그 후 ‘모던아트 협회’ 창립멤버로서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하던 중 1961년 진정한 화가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프랑스로 건너갔다.

파리에서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TV로 지켜보던 한묵 화백은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그때 ‘2차 평면에 4차원 우주 질서를 담겠다는 야심’을 키웠다고 한다. “어디가 끝인지 알 수도 없는 무한한 우주 속에 살면서 그 우주 공간을 느끼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며 그는 독창적이고 역동적인 우주 에너지가 넘치는 기하학적 추상 언어를 창조했다. 그 기하학적 추상화는 무한한 우주 속에 던져진 ‘인간의 전율’이다. 시간의 연속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컴퍼스와 자를 사용하여 나선으로 나아가며 방사선을 결합 교차시킨다. 80년대 후반에는 화백의 관심이 우주에서 인간, 탄생의 비밀로 이어진다.

전시를 보고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나오며 작년 국립현대미술관 ‘삼라만상’ 전에서 신소장품 121점 중 처음 본 한묵 화백의 ‘금색운의 교차’가 떠올랐다. 많은 작가의 작품이 펼쳐졌지만 유독 한묵 화백의 금색과 검은색의 나선 추상화가 발길을 한참 붙들었다. 충격이었다. 생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화백이 거주했던 파리 아파트 6층을 나선형의 나무계단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나온다. 몇 십 년을 나선형의 계단을 매일 오르내리며 우주공간을 나선형으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해 봤다. 한묵 화백이 언급한 ‘인간의 전율’을 우리는 일생에 한 번이라도 느끼기는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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