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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처벌구제' “사회 분위기 역행”vs“긴급 상황 선처”
'음주처벌구제' “사회 분위기 역행”vs“긴급 상황 선처”
  • 김보현
  • 승인 2018.12.30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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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엄중 처벌 분위기 속 면허구제 제도 도마 위
생계유지·예기치 못한 상황·측정기 오류 등에 따른 구제 있어야
처벌 강화에 구제도 시각을 바꿔야, 면허구제 신청이 남·악용되기도
이춘호 전북교통안전공단 교수 “기준 강화해 구제 어렵다는 인식 자리 잡혀야”
경찰청 운전면허계 “면허구제 강화 국민 여론도 인식, 내년 관련법 개정 예정”
27일 윤창 호법으로 음주운전 처벌이 강화되는 가운데 완주군 신리교차로에 음주운전 구제상담 현수막이 걸려있다. 조현욱 기자
27일 윤창 호법으로 음주운전 처벌이 강화되는 가운데 완주군 신리교차로에 음주운전 구제상담 현수막이 걸려있다. 조현욱 기자

사회 전반적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음주사범 면허구제를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른바 ‘윤창호법’이 시행되면서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와 생계형 음주사범에 대한 선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로 갈리고 있다.

도로교통법 제94조(운전면허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에 따르면 음주운전을 했더라도 생계 지장 등의 이유로 운전면허 정지·취소 처분이 가혹하다고 여겨지는 경우 60일 이내 지방경찰청에 이의신청하거나 90일 이내 행정심판을 통해 처분을 구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처벌법이 강화된 판국에 구제가 웬 말이냐”는 주장과 “특별한 경우를 위해 구제는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구제 찬성론의 핵심은 면허구제 도입 배경과 맥락이 같다. 의도치 않게 음주운전을 할 수밖에 없거나 운전을 하지 못해 생계유지가 힘들어지는 사람들에게 구제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 음주측정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처벌에도 정상참작이나 구제라는 숨통이 있어야 한다는 게 법률가들의 자문이다.

그러나 ‘음주운전 엄벌’ 여론이 지배적인 가운데 행정심판을 통한 음주운전 구제는 사회적 분위기를 역행, 시대변화에 맞게 손질해야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처벌이 강화되는데 구제가 그대로인 것은 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것.

시민 김모윤씨(43·완주)는 “최근 대로변 곳곳에 붙어 있는 ‘음주운전 취소→정지 구제상담’ 현수막을 보고 아연실색했다”며 “처벌을 높여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것 아니냐. 생계유지를 위해 면허구제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면허구제 제도가 남용·악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본보가 전주 A행정사무소에 음주운전 면허 구제 절차를 문의한 결과 담당자는 “윤창호법으로 음주운전 처벌은 강화됐지만, 음주운전 구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생계형이 아니어도 가능하고 사례금 50만 원을 내면 서류업무까지 대신해준다”고 말했다.

경찰청·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따르면 최근 5년(2014~2018)간 접수된 음주운전 행정심판 강경처분 건은 8만 3654건이고 이 중 1만 4916건이 인용됐다. 같은 기간 연평균 인용률은 18.3%로, 10건 중 2건은 처분이 감경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행정사무소에서 일컫는 면허구제는 보통 행정심판을 말하는데 홍보 또는 상담한 내용과 실제 구제율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운전자들이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이 원해서 면허구제 도입이 된 것이기 때문에 국민 여론에 따라 폐지·개정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구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춘호 전북교통안전공단 교수는 “한국에서 음주운전은 과실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이번 기회에 ‘음주운전 한 번이면 운전대 영원히 못 잡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히도록 구제 절차 강화·구제가 어렵다는 홍보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찰청 운전면허계 관계자는 “면허 구제도 엄격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현재 내년까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수립 중인데 음주 단속 기준도 세밀해진 만큼 면허구제 기준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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