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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 “나 자신과 주변 사람 위한 글 쓸게요”
2019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 “나 자신과 주변 사람 위한 글 쓸게요”
  • 전북일보
  • 승인 2019.01.0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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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경선 씨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세상 만드는데 보탬”
단편소설 권준섭 씨 “작가와 독자 모두 위안받는 글”
동화 김영숙 씨 “동화 읽는 순간 아이들이 행복하길”
수필 이진숙 씨 “당신과 나, 모두 위로받는 글을 위함”

삶이 문학이었던 사람들. 피부관리실 원장, 초등학교 교사, 문학관 전문위원 등 ‘생업’에 매진하면서도 늘 작가를 ‘본업’으로 삼고자 했던 사람들. 그들이 ‘2019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마침내 그 꿈을 이뤘다.

2019 전북일보 신춘문예 응모자는 지난해보다 29명이 늘어난 871명. 이 가운데 한경선(60·시), 권준섭(22·단편소설), 김영숙(45·동화), 이진숙(54·수필) 씨가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이들에게 당선 소감에 다 담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 한경선 씨

한경선 씨는 수필, 소설, 시 등 다양한 문학 장르를 통해 자신만의 소우주를 창조해왔다. 한 씨는 34세 때부터 수필을 접한 뒤 40세 때 정수남 소설가가 운영하는 일산문학학교에서 소설을, 57세 때 동국대 일산캠퍼스 평생교육원에서 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시를 배운 뒤 신춘문예 공모에 도전하기를 수십번.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마지막 고비라 생각한 순간, 당선 소식을 들었다.

그에게 글을 쓰게 한 동력은 ‘번뇌’였다. “부조리한 세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편해지는데 그게 안 되면 세상과 끊임없는 긴장 상태가 됩니다. 들어줄 사람 없는 말들이 거품처럼 일어나 아우성치는 때가 있어요. 저 스스로 위안을 얻기 위해 글을 썼던 것 같아요.”

당선작인 ‘훈민정음 재개발 지구’도 서울 부동산시장의 불패 신화라는 부조리한 경제 현상을 통해 공수래공수거 정신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역설적이지만 논어에 나오는 ‘술이부작’이란 말을 깊이 되새기고 있다”며 “공부하고 정진해 세상에 꼭 나와야만 하는 시를 쓰고 싶다. 딸들이 살아갈 세상이 정신적으로 더 아름답고 풍요로워지는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단편소설 권준섭 씨

권준섭 씨는 “어릴 때부터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옆자리 짝이 소설 쓰는 모습을 보고 시작한 글쓰기는 중학생 무렵부터는 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됐다. 지금껏 살아온 짧은 인생 절반을 소설을 쓰며 보냈다.

녹록지 않은 글쓰기에 자신만의 동기를 부여하고 싶어 도전한 게 신춘문예다. 치열한 지난 시간의 보상일까. 첫 도전에 수상으로까지 이어졌다. 작가는 “신춘문예에 도전해봄으로써 글 쓰는 동기를 부여하고, 미력하나마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도 가늠해보고 싶었다”며 “부족한 작가에게 과분한 자리를 마련해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권 씨는 소설 속에 담긴 신선한 시각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상상력이 좋은 편이 아니다”고 겸연쩍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반적인 모습을 비틀어 바라보며 시각을 달리할 수 있는 모습은 갖춘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평했다.

‘어떤 글을 써야 하나’라는 질문은 처음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는 “약해지고 힘들어진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쓸 생각”이라며 “담대한 문학적 가치보다는 글을 통해 작가와 독자 모두 위안받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동화 김영숙 씨

김영숙 씨는 신춘문예 응모작이 대구에서 전북으로 여행을 갔다고 했다. 낯선 도시의 설렘. 김 씨는 그 상상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런데 여행을 떠난 작품이 당선 소식을 알려왔다. “제 작품이 여행을 갔다고 느꼈어요. 당선된다면 나도 작품이 떠난 길을 따라 그곳으로 가겠다고 생각했죠. 상상이 현실이 돼 당선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어요.”

김 씨는 3년 전 처음 신춘문예에 도전한 이후 두 번째 도전 만에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다. 대신 초등학교 교사인 김 씨의 일상은 동화적 언어로 가득하다. 일기나 독후감 등 아이들의 생각이 담긴 이야기는 때론 훌륭한 글감이 되기도 한다.

“학교에 있다 보니 매일 아침 30분씩 아이들과 독서 시간을 보내요. 그때 아이들은 보통 만화책을 많이 읽어요. 내가 동화를 재밌게 써서 아이들이 동화책을 읽었으면 했죠. 동화를 읽는 짧은 시간만이라도 아이들이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라요.”

동화책뿐만 아니라 그림 동화책에도 관심이 많다는 그는 “짧은 이야기로 뚜렷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선 스스로 더 많이 다듬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열심히 갈고닦아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그림 동화책을 써보고 싶다”고 했다.

 

△수필 이진숙 씨

이진숙 씨는 어릴 적부터 가졌던 ‘작가’라는 꿈을 속된 말로 먹고 사는 게 바빠 잊고 지냈다 말한다. 그는 “글 쓰는 일은 쉬지 않았지만, 치열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우연하지만 불행했던 기회에 다시 글을 쓸 마음을 먹게 됐다. 뇌경색으로 입원해 병마와 싸웠던 그는 “너무 바쁘게 살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 같다”며 “감사하게도 몸 상태가 호전돼 퇴원한 후 자신을 되돌아보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는 최명희 작가의 향수가 묻어난다. 최명희문학관 전문위원으로 ‘혼불’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일상이 영향을 미친 터. 작품 속에 음성 상징어가 많이 들어있는 것도 그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이 씨는 “우리 말에 대한 아름다움과 애착을 표현한 최명희 작가를 동경해왔다”며 “이제 미흡하나마 그녀의 발자국을 한 걸음씩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기대감이 교차된다”고 말했다.

“수필뿐 아니라 소설, 동화 등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언어를 표출해내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매일 진실한 삶을 살며 그 진실한 삶을 글로써 오롯이 표현해내고 싶다. 우리네 삶과 밀접한 글을 쓰며 나 자신뿐만 아니라 독자도 함께 위로받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문민주, 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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