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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 김장배추와 김장
[금요수필] 김장배추와 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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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1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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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교
김재교

해마다 가을이면 김장철이 된다. 김장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자연환경 속에서 모든 생명이 숨을 죽이는 겨울철을 내내 싱싱한 푸성귀를 사람들이 잘 먹고 건강하게 지내도록 하는 참으로 고마운 음식이다.

올해도 뜰안 꽃사과나무 능금 볼에 노랑물이 비치는 걸 보니 김장철로 접어든 것 같다. 이때쯤이면 감도 많이 붉어진다. 나는 올해 벌레 때문에 조금 늦게 항암배추 한 판을 일반 모보다 비싸게 샀다. 미리 거름도 많이 넣고 물도 주고 정성을 쏟았다.

늦게 심어서인지 남의 일반배추는 속이 차는데 우리 배추는 속이 찰 생각은 없고 검푸르고 키만 자랐다. 아내가 짚으로 포기 위를 묶어 주었다. 그리고 저녁때는 구집포로 덮으며 모를 잘 못 구입했단다. 걱정이 되어 속으로 사면되지 생각했었다. 아내는 서울에 있는 아이들과 김장 날을 정했으나 그때까지는 배추 속이 차지 않아 못할 것 같아 20여일 늦추었다.

수필수업을 마치고 오후에 컴퓨터 공부 도중 배추 사정을 잘 아는 컴퓨터 반 친구 말을 꺼냈다. 앞에 앉은 컴우 님이 20여 포기 여유가 있으니. 공부 끝나면 뽑아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또 한 분이 20여 포기가 있다고 했다. 순간 40여 포기를 얻게 되었다. 아내한테 이야기 하니 반가워했다. 컴우 님들 댁에 가서 배추 22포기를 얻어왔다. 다음날 컴 총무님이 배추 23포기를 자기 차로 실어다주었다. 그래서 갑자기 배추부자가 되었다.

김장 날이 바뀌니 무도 필요한 것만 남기고 땅에 묻었다. 묻고 보니 필요한 분들이 있어 봄으로 약속을 했다. 다음날 수필 수업을 마치고 오면서 귤 2상자를 사서 그동안 몇 달을 땀 흘려 가꾼 배추를 기꺼이 주신 컴우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장 5일 전에 밭에 있는 배추를 거두어 보니 걱정보다 속이 많이 찼다. 수원에 사는 손녀가 자기도 김치를 담그겠다고 야단스레 문자가 왔다. 우리 내외는 3일 전에 김장할 배추를 다듬고 다음날 3년 된 소금에 절여 그 다음날 지하수로 4번을 씻었다. 절인 배추를 보니 여기저기서 보태주어 정말 많았다.

전주에 살고 있는 이모 둘과 조카, 큰아들 내외, 손녀와 딸, 우리 내외 등 대식구의 김장축제가 시작되었다. 이모가 닭을 세 마리나 가져 오고, 돼지 목살 5근을 삶으니, 잔칫상이 되었다.

잔칫상 앞에서 경기도에 사는 손녀가 영어로 말하기 도 대회에서 1학년 전체 대상을 받았다며 대견스럽게 모든 식구들 앞에서 시연을 했다. 얼마나 진지한지 대견스러운지 박수가 절로 나왔다. 작년에는 서울의 언니 봄이가 서울시 주최 영어 토플에서 만점을 받았는데, 올해는 아인이가 대상을 받았다며 아인이에게 박수를 보냈다.

올 김장은 열다섯 집이 나누게 되었다. 기상청에서는 김장한 날이 올해 가장 추운 날이었다고 하지만 우리 집은 제일 따뜻하고 화목한 날이 되었다. 내년에는 조금 일찍 심고 더욱 정성을 들여 컴우 님들과도 나누어야겠다.

배추를 나르고, 자르고, 절이고, 속을 무치며 김장 준비하는 일은 힘이 무척 든다. 이 때 일을 분담해서 할 일을 줄여주고 또 이야기도 해가면서 김장하는 일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은 미풍양속이다. 서로서로 도와가면서 할 일을 줄여주는 정다운 풍습이 또 하나의 문화유산이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조화로운 그 모습이 바로 한국인이 추구하는 바람직한 삶의 모습이다.

 

* 김재교 수필가는 <대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백두산 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다. 자신의 선조인 ‘임진왜란 구국공신 의병대장 김면 장군’의 일대기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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