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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미투’
체육계 ‘미투’
  • 권순택
  • 승인 2019.01.16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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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로 촉발된 우리 사회의 미투(Me Too)운동이 문화예술계에 이어 체육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연초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심석희 선수가 코치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데 이어 신유용 전 유도선수도 고창 영선고 1학년 때부터 4년동안 코치에게 20여 차례나 같은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쉬쉬해오던 체육계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고 있다. 사실 체육계의 성폭력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따금 성추행이나 성폭력 문제가 불거져왔지만 체육계의 폐쇄적인 구조와 지도자와 선수라는 절대적인 상하 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침묵의 카르텔 때문에 근절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가해자에 편향된 솜방망이 처벌도 체육계의 고질적인 성범죄를 조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7년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팀 감독이 당시 19살인 신인 선수를 자신의 호텔 방으로 불러 성폭행을 시도하려다가 발각됐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성폭력 가해자의 영구 제명과 선수 접촉 및 면담 가이드라인 제시, 성폭력 신고센터 설치 등 근절 대책을 내놓았고 농구팀 감독은 영구 제명 조처했다. 그러나 제명됐던 감독은 슬그머니 대한농구협회의 추천서를 받아 중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2년이 지났지만 체육계의 성범죄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현재도 지도하던 선수를 임신시킨 코치가 버젓이 관련 단체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제보도 있다. 젊은빙상인연대에서는 코치에게 성추행 등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6명이 더 있다고 공개했다. 대한체육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폭력·성폭력·폭언으로 징계한 사건이 124건에 달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뒤늦게 사과와 함께 성범죄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12년 전에 제시했던 내용과 별다른 게 없다. 그동안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내놓은 정책을 재탕 삼탕한 것 뿐이란게 체육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사법기관의 성범죄 사건 처리에도 불만을 토로한다. 신유용 전 선수는 지난해 3월 서울방배경찰서에 가해자인 코치를 고소하고 조사를 받았지만 사건은 가해자 주소지인 익산경찰서로 이첩된 이후 10개월이 넘도록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나이 어린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정신과 영혼까지 씻지 못할 상처를 안겨준다. 심석희 신유용 선수의 용기있는 고백이 헛되지 않도록 체육계의 고질적인 성폭력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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