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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화국의 환상이 만들어낸 ‘가짜’들
서울공화국의 환상이 만들어낸 ‘가짜’들
  • 김윤정
  • 승인 2019.01.16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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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균형발전 시책은 인위적, 서울은 자연적으로 발전했다는 생각은 ‘편견’
국가균형발전에 의지도 뜻도 없는 사람, 혁신도시 공공기관장 맡을 자격 없어
김윤정 정치부 기자
김윤정 정치부 기자

“공공기관 지방이전 같은 강제적인 정책이 국가균형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의문이 남아있다. 자연스럽게 발전하고 있는 서울을 규제한다고 해서 지방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15일 열린‘전북혁신도시 공공기관 정책포럼’에서 한 혁신도시 공공기관 고위관계자가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에게 던진 말이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행사에 참석한 일부를 제외한 혁신도시 기관장과 간부 대부분이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그간 이들이 내건‘혁신도시 지역상생’이라는 슬로건은 위선에 불과했던 것이다.

국가균형발전과 혁신도시 시즌2의 안착을 위해 만들어진 포럼에서는 몸은 전주, 마음은 여전히 서울에 있는 그들의 민낯을 보여줬다. 마치 전주를‘유배지’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이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입으로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방법론에는 물음표를 달았다.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이 인위적이고 폭력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서울공화국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 서울의 부를 상징하는 강남은 70년대만 해도 전주보다 더한 ‘논두렁’에 불과했다.

제4공화국은 강북에 지나치게 많은 인구와 중요 시설이 집중되자 오늘날 ‘8학군’으로 불리는 명문학교와 권력핵심기관을 강남으로 강제 이전시켰다. 이전한 기관과 학교에는 각종 특혜가 퍼부어졌다. 지금의 혁신도시 정책보다 강압적인 방법이 동원됐음은 물론이다. 당시 군부와 행정 권력은 강남의 원주민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몰아냈다. 그렇게 불과 10여 년 만에 미개발 불모지였던 강남은 완벽한 부촌으로 탈바꿈했다. 경기도의 다른 신도시는 어떠한가. 혁신도시보다 훨씬 더 폭력적이고 인위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게 수도권의 신도시다.

지역균형발전은 인위적이며, 서울은 자연적으로 발전했다는‘편견’은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을 병들게 했다. 서울을 제외한 곳에 사는 국민을 패배자로 만드는 승자독식주의를 고착화시켰으며,‘서울사람-촌놈’이라는 이분법으로 국민을 나누게 만들었다.   

우리는 항상 “지역균형발전의 불가피한 성을 인정할 경우 지역균형발전 시책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라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이 때마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기본 틀을 만드는 일을 중단하고, 미봉책을 써왔다.

이미 지방소멸의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 더 이상 지역문제의 본질을 회피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사태가 엄중한데도 혁신도시에는 유일한 희망사항이 공공기관의 수도권 회귀인‘가짜’기관장이 판을 치고 있다.

혁신도시 기관장은 국가균형발전에 협력하는 것을 넘어 주체가 되어야 하는 자리다. 국가균형발전에 의지도 뜻도 없는 사람은 혁신도시 공공기관을 맡을 자격이 없다.
 
자신이 몸 담은 지역과 주민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혁신도시 공공기관장으로서 얼굴을 들고 다니는‘아이러니’를 언제까지 감내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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