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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67) 14장 당왕(唐王) 이치(李治) 3
[불멸의 백제] (267) 14장 당왕(唐王) 이치(李治)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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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2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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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당왕 이치는 몸이 비대했을 뿐만 아니라 간질병까지 있었기 때문에 정사(政事)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더구나 여색을 밝혀 닥치는대로 여자를 탐했는데 이틀에 한 명씩 궁에서 여자의 시신이 밖으로 버려졌다. 그것은 무후(武后)가 이치가 상관한 여자를 때려죽여 궁 밖으로 내버렸기 때문이다. 그것을 안 궁녀들은 당왕 이치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도망치기 바빴으니 밤이면 여자를 찾아다니는 이치를 궁에서 왕귀(王鬼)라고 불렀다. 이치는 무후를 왕비로 책봉한 후부터 거의 정사를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신라 사신이 자주 찾는 것은 이의부, 허경종 등이었다. 그들은 무소의가 왕비가 되도록 공이 컸기 때문에 실력자가 되어 있었다.

“전하께선 요즘 대전에 잘 나오시지 않아서 뵙기가 어렵소.”

이의부가 웃음 띤 얼굴로 김창준에게 말했다. 김창준은 진골 왕족으로 김춘추의 친척이다.

“대감, 방법이 없겠습니까?”

김창준은 45세, 지금까지 당에 여섯 번째 오는 셈이어서 장안성의 지리는 물론이고 이의부가 뇌물을 밝힌다는 것까지 안다. 오늘 김창춘은 이의부에게 황금 3백 냥을 가져왔다. 그래서 이의부가 만나준 것이다. 이의부가 눈을 좁혀 뜨고 김창준에게 물었다.

“황금이 몇 냥이나 남았소?”

“가져온 것은 다 떨어졌지만 빌릴 수는 있지요.”

“옳지, 공대인한테서 빌린다는 말인가?”

“예, 자주 거래를 해서 신용으로 빌리고 갚습니다.”

“그렇다면 황금 1천 냥을 가져오시오.”

방에 둘 뿐이었지만 이의부가 목소리를 낮췄다.

“내가 왕비께 여쭤서 신라의 원병을 보내도록 애쓰리다.”

“대감, 한시가 급합니다.”

김창준이 상기된 얼굴로 이의부를 보았다. 촛불에 비친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당군(唐軍)만 파견해 주시면 대감께 황금 3천 냥을 드리지요.”

“우선 1천 냥을 가져오도록 하고.”

“대감 약조를 해 주시지요.”

“이것 봐요.”

항상 웃는 얼굴이었던 이의부가 눈썹을 모으고 혀를 찼다.

“이찬, 나하고 한두 번 만났소?”

“아닙니다, 대감.”

“지금 세상이 무후(武后)의 세상이 되었소. 무후가 누군지 아시오?”

“압니다.”

“잘 모르는 모양인데 새겨들으시오. 무후께선 미랑으로 계실 때부터 돌아가신 선왕의 왕비나 마찬가지였소.”

“그렇습니다.”

“선왕(先王)께서 40이 넘으셨을 때 14살이 된 미랑(媚娘)을 보시고 무미(武媚)라는 이름을 짓고 총애를 하셨소.”

“예에.”

천하가 아는 일이었지만 김창준은 처음 듣는 척했다. 신라는 물론 백제, 고구려는 이런 일은 입 밖에 내기도 부끄러워한다. 지금 이의부는 현재의 당왕(唐王) 이치(李治)의 부친 이세민의 애첩이었던 미랑, 즉 무후(武后) 이야기를 하고있다.

이치는 제 부친의 애첩 미랑을 왕비로 삼은 것이다. 그것을 당의 대신 이의부는 자랑삼아서 떠벌리고 있다. 무후의 권력을 과시할 목적인 것이다. 이의부가 어깨를 펴고 말했다.

“무후께서 지시하시면 왕께서는 두말하지 않으시오. 그러니 내일 금화 1천 냥을 가져오시오.”

“예, 대감.”

김창준이 두말하지 않고 엎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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