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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유해 발굴 전시성 그쳐선 안 된다
민간인 유해 발굴 전시성 그쳐선 안 된다
  • 전북일보
  • 승인 2019.01.2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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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때 전국적으로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됐으나 반세기를 훌쩍 넘기면서 그 역사마저 희미해지고 있다. 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근래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나 관련 자료가 많지 않은 데다 당시를 증언할 분들도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면서 진실 접근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비극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진실을 규명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전주시가 올해 한국전쟁 당시 전주형무소에서 학살된 민간인 유해 발굴에 나서기로 한 것은 그런 점에서 잘 한 일이다.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은 전국의 거의 모든 형무소에서 자행됐으며, 전주형무소에서도 우리 군경과 북한 인민군에 의해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 이뤄졌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1950년 7월 전주형무소 재소자 1600명이 군경에 의해 학살된 것으로 추정했다. 또 전주를 점령한 인민군이 9월26일부터 이틀간 전주형무소에 수감된 500여명을 살해했다. 좌우익의 이념대립 속에 적법 절차 없이 2000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것이다.

그러나 학살사건이 발생한 지 70년이 다된 상황에서 전주시의 유해 발굴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학살 장소로 진북동 형무소 인근 옛 공동묘지와 건지산, 황방산, 산정동 등이 지목되고 있으나 정확한 위치가 특정되지 않고, 일부 지역의 경우 아파트 등 건물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유해발굴추진단을 구성하고, 유해 매장 추정지에 대한 연구용역을 거쳐 상대적으로 발굴이 용이한 황방산부터 유해 발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거의 백지상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차분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몇몇 다른 지자체의 선례가 있는 만큼 그 사례를 살필 경우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전주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사건은 한국현대사의 비극을 고스란히 담았다. 전쟁의 특수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좌우익 쌍방에 의한 동족 학살은 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고 처형시킨 것은 국가 폭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학살 수법과 주검 처리 방식도 매우 잔인하고 반인륜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해 발굴이 그저 일회성, 전시성 사업에 그쳐선 안 된다. 전주형무소 학살사건은 전주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희생자가 전국에 걸쳐 있고 국가가 자행한 사건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버겁다면 정부가 나서도록 지역 정치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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