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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75) 14장 당왕(唐王) 이치(李治) 11
[불멸의 백제] (275) 14장 당왕(唐王) 이치(李治)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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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3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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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장군, 이번이 마지막 기회요.”

김춘추가 말하자 김유신이 먼저 길게 숨부터 뱉었다.

“그렇습니다. 먼 길을 걷고 나서 앞쪽에 사람 사는 민가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렇소?”

쓰게 웃은 김춘추가 술잔을 들었다. 깊은 밤. 해시(10시) 무렵이다. 동경의 내성 청 안에는 신라왕 김춘추와 대장군 김유신 둘이서 마주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둘은 왕과 신하이기 전에 처남 매부 사이며 지금까지 온갖 역경을 함께 겪어온 동지이기도 하다. 김유신의 무력(武力) 뒷받침이 없었다면 기라성 같은 다른 진골 왕족을 젖히고 김춘추는 신라왕이 되지 못했다. 김유신 또한 김춘추의 지원이 없었다면 가야 출신으로 대장군까지 이르지 못했다. 둘은 합심하여 상대등 비담의 난을 평정했고 그 와중에 여왕 김덕만을 제거했으며 사촌 여동생 김승만을 여왕으로 옹립했다. 후에 선덕, 진덕으로 불린 여왕들이다. 진덕여왕 김승만이 재위 8년 만에 죽고 김춘추가 왕이 되었으니 53세가 되었을 때다. 김춘추가 지그시 김유신을 보았다.

“장군, 백제를 멸망시키면 고구려는 저절로 떨어지는 감이나 같소.”

“그렇습니다.”

김유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연개소문의 기반이 불안한 터라 연개소문만 죽으면 고구려는 기다리기만 하면 될 것입니다.”

“그렇소.”

그동안 얼마나 시달렸는가? 신라가 명운을 지금까지 유지해 온 것은 김춘추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 3국 중에서 가장 세력이 약하면서도 내분이 많았던 신라다. 성골, 진골 왕족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주민들의 왕조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다. 백제 의자왕 초기에 대야성이 함락되고 주변의 42개 성까지 백제령이 되는 바람에 영토의 4할을 빼앗겼다. 그야말로 국운이 풍전등화가 되어 있었던 상황을 견디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강대국 백제, 고구려는 호시탐탐 대륙을 노리는 중이어서 신라를 등에 붙은 거머리 정도 밖으로 여기지 않는다. 김유신이 말을 이었다.

“전하, 당군(唐軍)이 온다는 소문은 백제에도 전해졌을 것입니다.”

“당연하지요.”

김춘추가 6살 연상의 김유신을 보았다.

“아마 연개소문도 알고 있을 것이오.”

“연개소문은 지난번 이세민의 침공 때 입은 피해를 복구하느라고 아직 군병을 모아 백제를 도울 여력이 없습니다.”

김유신이 흰 수염을 쓸면서 말을 이었다.

“제일 위험한 쪽은 왜입니다.”

“그렇군.”

“왜에서 계백이 대영주가 되어 있습니다. 전하.”

“그 놈이 또 뒤를 치면 큰일이오.”

“첩자의 말을 들으면 영지에서 군사 5만을 금방 모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놈이 동진을 해서 서쪽 해안까지 닿았다니 바다만 건너면 바로 우리 등에 닿게 되지 않겠소?”

“진즉 우리가 왜를 개척했어야 했습니다.”

“뼈다귀 싸움하는 바람에 다 놓쳤지.”

“지금 가장 위험한 적이 계백입니다.”

김춘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을 왜에 묶어놓아야 할 텐데 방책이 없겠소?”

“백제 조정 내부에 있는 첩자를 운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전하.”

“내가 이찬 김기평을 불러 지시를 하리다.”

길게 숨을 뱉은 김춘추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장군, 5년쯤 후에는 세상이 달라졌을 것이오. 장군의 생각은 어떠시오? 어떤 세상이 펼쳐졌을 것 같소?”

그때 김유신이 눈을 가늘게 떴다.

“소신은 대왕께 충성을 한 장수로만 알려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세상이 어떤 세상이건 관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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