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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채용신이 그린 전북 인물의 초상화
[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채용신이 그린 전북 인물의 초상화
  • 기고
  • 승인 2019.02.1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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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들의 삶과 예술, 세월의 향기가 배여 있는 유물들.

전북에 둥지를 틀고 있는 박물관의 소장 유물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선대에게 물려받았고 후대에게 전해줄 소중한 문화자산, 아끼고 지켜 나아갈 다양한 유물과 그것에 얽힌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차례, 국립전주박물관 소장 유물부터 연재를 시작합니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지난 1990년 10월 문을 열었고, 현재 소장품은 7만여 점에 이르고 있습니다.

 

△채용신이 그린 전북 인물의 초상화

채용신 초상화.
채용신 초상화.

19세기 말~20세기 초 우리나라의 초상화는 한층 더 사실적으로 인물을 그려내기 시작한다. 또한 신분과 계급에 상관없이 주인공의 요청에 의해 금전적 대가를 받고 제작되는 시대가 됐다. 그런 변화의 움직임 한가운데에 바로 석지(石芝) 채용신이 있다. 그의 손끝에서 높은 관직을 역임한 인물 뿐 아니라,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지역 인물도 주인공이 됐다.

채용신은 서울 삼청동에서 태어나 칠곡군수 등 관직에 종사했으며, 1905년 전주로 내려와 익산, 남원 등지를 다니면서 우국지사와 문인들의 초상을 그리는 데 몰두했다. 1941년 세상을 떠난 후, 1943년에는 서울의 화신백화점 화랑에서 유작전이 열리기도 했다. 그는 고종高宗 등 왕실의 인물에서부터 문인, 부부, 여인까지 다양한 계층의 인물 초상을 그렸다.

‘권기수(權沂洙) 초상’은 채용신이 그린 전북 인물의 초상을 대표한다. 흑립(黑笠)을 쓰고 두루마기에 은은한 옥색 전복(戰服)을 걸친 모습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전신상이다. 왼쪽 발을 드러낸 채 앉아 있으며, 소매 밖으로 나온 양손에 부채와 안경을 들고 있다. 화면에 적힌 글을 통해, 권기수의 63세 모습을 정산군수(定山郡守)였던 채용신이 1919년에 그려졌음을 알 수 있다. 권기수는 언제 태어났는지, 관직생활과 업적은 무엇인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지만, 이제 당당하게 초상화의 주인공이 됐다.

조선시대 초상화에서 제1원칙은 ‘터럭 한 올이라도 틀리면 그 사람이 아니다(일호불사一毫不似 편시타인便時他人)’였다. 극세필의 붓질을 무수히 반복해 입체감과 표면 질감을 살린 권기수의 얼굴 묘사를 통해 마치 사진 속 인물을 보는 듯한 생생함을 전달한다. 이러한 채용신의 극세필 화법은 그의 호 석지를 따서 ‘채석지 화법’이라 불릴 정도였다. 이렇게 채용신의 붓끝으로 당시 전북에 살았던 인물들의 생생한 모습이 지금까지 전해져 중요한 역사적 자료가 되고 있다.

 

민길홍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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