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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80) 14장 당왕(唐王) 이치(李治) 16
[불멸의 백제] (280) 14장 당왕(唐王) 이치(李治)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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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2.1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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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나솔 진의창의 밀서 내용은 간단하고 명료했다. 의자의 친필 밀서다.

“기마군 5천을 이끌고 7월 7일까지 도성에 닿으라.”

밀서에서 시선을 뗀 계백이 진의창에게 말했다.

“25일 남았으나 맞추도록 하겠다. 닷새 후에 출발하면 구례성에는 15일이면 닿을 것이다. 구례성에서 도성까지 닷새면 된다.”

“달솔, 그럼 소인도 함께 가지요.”

백제에서 달려온 진의창이 말하자 계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출진 준비는 해놓고 있었던 것이다. 계백을 따라온 화청과 윤진, 하도리가 따라 돌아갈 것이고 왜장 다께다가 같이 가겠다고 해서 합류시켰다.

그날 밤, 계백의 품에 안겨있던 미사코가 말했다.

“나리, 백제방 방주께서도 백제로 가십니까?”

“풍 왕자께선 이곳에 계실 것이야.”

미사코의 어깨를 당겨 안은 계백이 말을 이었다.

“왜국은 백제 담로 중 가장 큰 영지다. 본국은 대왕이, 왜국은 왕자 전하께서 통치하시기로 되어있기 때문이야.”

“곧 개선해 오시기를 기다리겠습니다.”

계백이 손을 뻗어 미사코의 불러오기 시작한 아랫배를 쓸었다.

“이놈이 있으니 마음이 놓인다.”

“사내아이라고 믿으십니까?”

“믿는다.”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다나에가 다음 달에 산일이 되었으니 첫 아이를 낳겠구나.”

그리고 이어서 아야메, 하루에의 순서로 아이를 낳을 것이다. 왜국에서 정실 노릇을 하고 있는 미사코가 가장 늦다. 그러나 미사코는 영주이며 정실이다.

다음날 아침, 계백의 거성(居城)인 토요야마성에 계백 영지의 소영주(小領主), 중신(重臣)들이 다 모였다. 그 중 소영주가 되어있던 화청, 윤진 등은 이번에 계백을 따라 출진을 하게 된다. 계백과 미사코가 청의 안쪽인 상석에 나란히 앉았을 때 청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사방 3백자(90m) 가깝게 되는 청안은 중신들로 가득 차 있다. 계백이 서열대로 질서정연하게 앉아있는 영지의 신하들을 둘러보았다.

“들어라.”

계백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나는 대왕의 명을 받고 본국에 다녀올 것이다.”

계백이 말을 이었다.

“내가 없는 동안 계백령은 왜국에서의 내 정처인 미사코가 영주 대리를 맡는다. 중신(重臣)으로 사다케, 노무라, 슈토가 보좌할 것이다.”

미사코가 여영주(女領主)가 된 것이다.

“이것은 백제방주 풍왕자 전하께서도 허락하신 것이니 모두 영지의 관리를 철저히 해야 될 것이다. 알았느냐?”

“예엣!”

모두 일제히 대답을 해서 청을 울렸다. 계백은 영지를 미사코에게 맡겨놓고 떠나는 것이다. 미사코의 배 안에는 계백의 자식이 들어가 있다. 그것으로 여영주(女領主)의 권위가 더 무거워졌다.

닷새 후, 병선(兵船) 350척에 탑승한 기마군 5천, 말 1만3천필은 서쪽을 향해 출진했다. 목적지는 백제 남방(南方)의 구례항, 대장선의 3층 누각 위에 선 계백의 옆으로 화청이 다가와 섰다.

“달솔, 실로 파란만장한 일생이오.”

계백의 시선을 받은 화청이 흰 수염 속의 입을 벌리고 웃었다.

“달솔께선 대륙의 백제령 담로 연남군에서부터 백제 본국, 그리고 왜국 백제방 영주를 지내시다가 다시 본국의 전쟁터로 가시고 있소.”

“그대는 나보다 더하지 않는가?”

끌려가듯 웃은 계백이 힐끗 멀어지는 왜국 땅을 보고 나서 말을 잇는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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