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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쓰레기의 귀환
불법 쓰레기의 귀환
  • 김은정
  • 승인 2019.02.14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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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항에 컨테이너를 가득 채운 화물 선박이 들어왔다. 필리핀으로 수출됐던 불법 플라스틱 쓰레기를 실은 선박이다. 컨테이너 안에 실린 쓰레기는 자그마치 1400톤. 수입국인 필리핀세관 검사에서 적발당한 각종 유해물질과 플라스틱이 뒤섞인 쓰레기 더미다. 그런데 되돌아올 쓰레기가 더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한국에서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에 불법 수출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6500톤이다. 1400톤이 돌아왔으니 나머지 5100톤이 아직 필리핀의 미사시스 오리엔탈에 남아 있다.

실제 영상으로 공개된 이 쓰레기 더미를 보니 하치장에 거대한 산처럼 쌓여있다. 쓰레기 더미에서 발생한 병해충과 악취로 불거진 인근 주민들의 피해는 더 심각하다. 필리핀 시민들과 환경단체가 나선 항의시위 현장. “한국과 같은 선진국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필리핀과 같은 개발도상국에 떠넘기는 것이 정의로운 일인가”고 외치는 필리핀 시민들 항의가 가슴을 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어 환경문제를 일깨운 다큐가 있다. 중국 왕구량감독의 <플라스틱 차이나>다. 전 세계 쓰레기의 56%를 수입하는 중국의 불편한 현실을 다룬 이 영화는 정작 중국에서는 상영되지 못했다. 중국으로 수입된 쓰레기가 모이는 칭다오 근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가족의 일상을 그린 이 영화는 단지 환경오염 문제만을 고발하지 않는다. 처리 되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수많은 나라들의 도덕성과 경제적 대가를 받으며 이 쓰레기를 받아들인 중국의 현실을 더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중국은 영화가 상영된 이후 폐기물 스물네 가지 수입을 금지해 자국의 환경오염을 막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 여파는 세계 곳곳의 쓰레기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한국은 ‘불법 쓰레기 수출국’이란 요명을 얻게 됐다. 그런데 상황을 들여다보면 그리 억울한 일도 아니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수출한 폐플라스틱은 67,441톤. 이중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5개국에 53,461톤을 보냈다는 통계가 있다.

“쓰레기를 정말 다른 나라로 보내고 싶나요. 이건 환경 문제를 떠나 도의적 법적 문제입니다.” <플라스틱 차이나>로 중국의 환경정책을 바꾼 왕구량 감독이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최근 군산항에도 이 쓰레기가 반입되어 있다. 군산항 인근 창고에는 다른 나라로 수출하려다 길이 막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수천 톤 불법 폐기물이 발견됐단다.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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