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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편향에서 벗어나야 경제가 산다
확증편향에서 벗어나야 경제가 산다
  • 기고
  • 승인 2019.02.1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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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확증편향(確證偏向)이란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으로 ‘잘못된 확신’이다. 크게 ‘통계학적 확증편향’과 ‘심리학적 확증편향’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통계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가설을 확증하는 쪽으로 치우치는 인지적 편향이다. 가령, 현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재인 케어 등을 통해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도 늘어나면서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다.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으로 생산·투자 부진, 자영업 몰락, 고용 참사, 소득 양극화 등의 부작용이 여러 통계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경제 정책 실패를 피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유리한 통계 결과만을 선별해 홍보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민간 소비 증가율(2.8%)이 경제 성장률(2.7%)을 웃돌았다.“면서 ”소비 심리가 하락했으나 실제로는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간소비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1.4%로, 약 52%를 민간소비가 주도했다“는 통계까지 인용했다. 민간소비가 괄목할 성장을 거둔 것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 때문이므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것 같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와서 민간소비는 계속 줄어드는 반면, 정부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개인 소득 중에서 의료보험료, 대출 이자 등과 같이 내지 않으면 안 될 것을 빼고 남는 돈이 소비가 가능한 ‘가처분 소득’이다.

현 정부에서 가계소득은 늘었지만 가처분 소득은 줄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진짜 더 심각한 문제는 못사는 사람들(소득1,2분위)의 가처분소득은 더욱 빠르게 줄어들고 있고, 반대로 잘 사는 사람들(소득4,5분위)은 더 빨리 늘어난다는 점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을 끌어 올려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것인데 정반대로 ‘소득 양극화 심화’ 라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민생 경제 상황이 이렇게 절박한데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올해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아마도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평화가 경제다”라는 심리적 확증 편향이 강하게 작동된 건 아닌지 싶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달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남북 관계를 한 차원 더 높게 발전시키는 결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평화가 경제가 되는 우리의 미래를 키우는 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말처럼 “평화는 하루아침에 오지 않는다.” 더구나, 평화가 경제가 되려면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하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 경제 상황은 너무 절박하다. 경제의 두 축인 생산과 투자가 모두 침체하고 있고, 취업자 수 증가폭이 전년의 3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미·중 통상 마찰 등 대내외 불확실성도 확대되는 추세다. 평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평화가 경제가 되기 위해서라도 당장 성과 없는 경제 정책의 수정 보완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여하튼 경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에 빠지면 경제를 살리지 못한다. 반대로 온갖 갈등과 논쟁과 불통을 불러올 뿐이다.

닉커슨(Nickerson) 미국 터프츠 대학 교수는 “확증편향은 상당히 강력하고 침투력이 좋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편향이 개인, 집단 또는 국가차원에서 발생하는 온갖 마찰과 논쟁과 오해의 중요한 부분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면서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

단언컨대 현 정부가 확증편향의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진보의 미래는 없다. 경제가 무너지면 민심이 급격하게 이반되어 아무리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진보 정부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흔들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제 앞엔 장사가 없다. 이 대목에서 “진보의 미래는 국민이 생각하는 것만큼 갑니다”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 깊이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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