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9-10-17 20:27 (목)
도마뱀이 되지 말기를
도마뱀이 되지 말기를
  • 기고
  • 승인 2019.02.17 1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지윤 청춘부보상 홍보담당
김지윤 청춘부보상 홍보담당

개강을 앞둔 요즘, 휴학생으로 보냈던 지난 한 해를 돌아봤다. 참 많은 새로운 것들에 도전했고,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었지만 나를 재충전해주는 것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나를 힘나게 하는 여러 가지 것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 가장 힘이 되는 것은 ‘여행’이다.

어렸을 적 여행작가를 꿈꾸기도 했다. 여행은 떠나기 전부터 그 여행이 끝나고 한참의 시간이 흐르도록 설렘에서 추억에 이르기까지 큰 힘이 되어준다. 그래서 나는 여행이 좋다.

여행은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게 해준다. 내가 여행을 하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에 많은 다른 사람들이 있을 뿐, 열등한 사람들은 없다는 것이었다. 다른 나라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고,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는 곳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곳은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사실 어렸을 적 유럽여행에서 나는 인종차별을 몸소 느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나 역시 중국이나 동남아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 편견은 중국 교환학생 시절 경찰도 찾지 못했던 택시에 두고 내린 내 가방을 룸메이트의 아버지가 찾아줬을 때, 베트남의 바닷길에서 자전거 사고가 났을 적 길가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을 때, 또 라오스의 다리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났을 적 호텔 직원의 도움을 받았을 때 이미 완전히 사라졌다.

자유여행을 통해 얻은 경험들과 소중한 추억들은 내가 어떤 일에 도전할 때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했다. 그래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고, 새로운 것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내 소중한 ‘여행’ 덕분이다.

일상을 빛나고 힘차게 만들어 주는 것은 나에겐 ‘여행’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또 다른 어떤 소중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벽 앞에 사정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꿈, 친구, 가족, 운동, 사랑 등 수많은 것들이 있다.

나는 결코 그것들을 포기한 채 현실에만 열중해서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일, 꿈꾸는 일을 통해 무엇이든 배우고, 경험하며 얻는 것들이 반드시 일상에 돌아왔을 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많은 차이가 날 것이다.

도마뱀은 생명에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자신의 꼬리를 끊고 도망간다. 꼬리를 끊어냄으로써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는 존재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그 순간 멀리 도망가는 것이다. 도마뱀의 꼬리는 재생이 가능하지만, 이런 점이 결코 다행인 것은 아니다. 꼬리재생에 많은 에너지를 집중시켜야 하므로 다른 신체 성장과 생식 활동 등을 멈춰야하고, 꼬리를 완전히 재생했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가졌던 꼬리와는 모양과 구조 등이 달라진다. 모양은 볼품없어지고, 뼈 없이 힘줄만이 남는다. 그리고 한 번 재생된 꼬리는 다시는 재생할 수 없다.

무엇보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꼬리의 역할이 막중하다.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구애와 짝짓기에도 이용하며, 에너지를 저장하는 창고로도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소중한 꼬리를 끊어내면 재생된 이후에도 기존 기능의 일부만 보존할 수 있다. 그런데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소중한 꼬리를 끊고 도망가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도마뱀 같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 도마뱀처럼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서는 정말 소중한 것을 포기해가며 다른 어떤 것을 선택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면 도마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말 나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해야 내가 힘이 나고 추진력이 생기는지 고민해보고 실천했으면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지친 일상을 깨워주는 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여행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