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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뫼의 눈물과 혁신에서 찾는 군산의 해법
말뫼의 눈물과 혁신에서 찾는 군산의 해법
  • 권순택
  • 승인 2019.02.1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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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의 불끄기가 아닌 미래 성장비전 세워야 서해안 중심축 발돋움
권순택 논설위원
권순택 논설위원

서해안 제조업벨트의 한 축이었던 군산이 멈춰 섰다. 세계 최대 크기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도크는 텅 비었고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폐쇄됐다. 두 공장 노동자와 협력업체 직원 등 2만여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길거리로 나 앉았고 실업률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일자리를 찾아 2년새 4900여명이 군산을 등졌다.

다행히 정부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군산형 일자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부지나 새만금 산업단지를 활용해서 광주형 일자리 같은 제2의 지역상생형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전기차 업체들과 한국지엠 부품 협력사들을 컨소시엄 형태로 묶어서 내수용과 수출용 전기차 5만대를 생산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군산형 일자리에 대한 지역사회의 공론화 과정이 미흡한 데다 지금 물밑에서 논의되고 있는 해법들이 과연 군산의 미래 성장동력을 담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놀고 있는 공장시설과 부지, 그리고 기존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당장 단기적인 성과는 거둘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와 자동차 공급과잉으로 인해 처절한 생존전쟁을 벌이고 있는 자동차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세계 메이저 자동차업체들은 지난해 성과에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연간 94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한 현대·기아차도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이 740만대에 그쳤다. 약 200만대 정도의 생산시설은 놀려야 하는 실정이다.

물론 메이저 자동차업계가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의 미래 성장 가능성은 높게 보여진다. 그렇지만 전기자동차 역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바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대신 수소차 시장에 모험적으로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흔히 말뫼의 눈물로 잘 알려진 스웨덴 말뫼시의 실패와 혁신, 그리고 친환경 첨단도시로 우뚝 선 성공사례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120년동안 세계 조선업의 강자였던 스웨덴이 1980년대 들어서 경쟁력을 상실한 뒤 말뫼시의 코쿰스 조선소가 폐쇄됐다. 당시 세계 최대 크기의 코쿰스 크레인이 2002년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팔렸을 때 말뫼 시민들이 눈물을 흘려 ‘말뫼의 눈물’로 알려졌다. 조선업의 몰락으로 말뫼시 인구의 10%인 2만8000여 명이 실직했다. 스웨덴 정부는 10년간 4조9000억 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쏟아부었지만 허사였다. 정부는 조선소 부지 일부를 1크로네에 SAAB에 제공하고 자동차 공장을 유치해 봤지만 3년도 못 가 문을 닫고 말았다.

1995년 일마 리팔루 시장이 취임하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당시 개념도 생소한 친환경 도시를 내걸고 ‘Malmo 2000’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을 잇는 7.8km의 외레순 다리를 완공하고 대학을 유치했다. 도시는 젊은 세대들이 몰려와 공부하고 일하며 살아갈 수 있는 시험대(testbed)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우선순위를 둔 것은 시민과 노동자이었다. 그들이 정책 결정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기업인과 노조 행정기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해 미래 비전을 하나씩 세워갔다.

그 결과, 코쿰스 조선소 부지에는 친환경 뉴타운이 들어서고 조선소 건물은 500여개의 IT 스타트업 기업이 입주한 미디어 에볼루션 시티로 변모했다. 식품산업단지인 외레순 클러스터와 바이오제약 산업 클러스터인 메디콘 밸리도 조성됐다. 지금은 유엔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탈바꿈해서 세계 각국에서 벤치마킹이 잇따르고 있다.

군산이 다시 서해안 제조업의 중심축으로 우뚝 서려면 보다 긴 안목을 갖고 미래 성장비전을 그려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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