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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경 “시에게 집을 지어주고 싶었어요”
김정경 “시에게 집을 지어주고 싶었어요”
  • 김태경
  • 승인 2019.02.2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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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김정경 첫 시집 ‘골목의 날씨’

지난 201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돼 이름을 알린 김정경 시인이 ‘골목의 날씨를 만드는 사람’이 돼 돌아왔다.

진한 분홍빛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 그의 첫 시집 <골목의 날씨>(천년의시작)는 ‘추운 나라의 언어들처럼’ 시작해 ‘입춘’으로 끝을 맺는다.

김 시인은 “시에게 집을 지어주고 싶었다”고 말머리를 연다. 끝까지 자신을 몰고 갔어야 한다는 자책과 부끄러움 때문에 늘 자고 나면 결심이 무너졌다고. 이윽고 시인은 “이제 이 몸은 안심하고 떠돌 수 있겠다. 돌아올 수 있겠다”고 희망을 전한다. 새하얀 종이에 옅은 미소를 닮은 진분홍 물감이 은은히 퍼지는 듯하다.

겨울 전주천, 막차를 기다리던 부안터미널, 연꽃 따러 가는 길, 백년만의 가뭄이라고 떠들썩하던 저녁, 뻘뻘 땀 흘리던 여름, 조심조심 골라 디뎠으나 은행알 밟고 만 날, 풋눈 내리는 아침에도 시인은 날씨에 내면의 풍경을 담았다.

그의 언어는 불안을 폭로하는 방식으로도 발현된다. 유강희 시인은 "혼자만 살아보겠다고 고쳐 쓰고 또 고쳐 쓰던 자기소개서"를 끌어안은 자의 상처가 마음의 날씨로 드러난다고 봤다. 스무살의 김정경을 기억하는 박성우 시인은 "그는 내가 아는 한 시와 삶에 대한 극진함이 큰 시인 중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시집 속에는 우리가 아직 가 닿지 못한 사랑이 있고 먼 그리움이 있다고도 전했다.

문신 시인은 해설을 통해 김정경 시인의 시가 ‘내어(內語) 가득한 하나의 세계’라고 정의한다. 더불어 언어에 대한 시인 김정경의 자의식에 대해 “시인으로서 일상의 언어를 채굴하고 재련해 시의 언어로 정련하고자 하는 연금술에 대한 강박”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김정경 시인은 이 강박을 중압이나 억압의 고전적인 방식이 아니라 사소함이라는 사적(私的) 트라우마를 활용한다고 강조한다.

김정경 시인은 경남 하동 출생이며,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전북일보를 통해 등단했으며 현재는 전주MBC 라디오 작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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