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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87) 15장 황산벌 6
[불멸의 백제] (287) 15장 황산벌 6
  • 기고
  • 승인 2019.02.2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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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5천 기마군이 질풍처럼 달리고 있다. 제각기 말 한필씩을 끌고 달리는 터라 말 1만필이 달려가는 셈이다. 계백도 예외가 아니다. 중군(中軍)에서 말 한필을 뒤에 매달고 달린다. 오후 미시(2시) 무렵, 태양은 중천에서 조금 벗어났지만 초가을의 햇살은 따갑다. 자욱한 먼지가 구름처럼 일어났고 마른 땅은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흔들린다. 계백이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손등으로 닦고는 앞을 보았다. 이곳은 남방(南方)을 지나 중방(中方)으로 들어가는 경계선이다. 목적지인 황산벌까지는 150리(75km), 오후 술시(8시)까지는 전군(全軍)이 닿을 것이었다.

“달솔, 선봉대는 유시(6시)쯤 황산벌에 닿을 것입니다!”

옆으로 다가온 화청이 소리쳐 말했다. 화청의 흰 수염이 맞바람을 받아 깃발처럼 나부끼고 있다. 수염이 짙어서 보기가 좋았기 때문에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장군, 수염이 장관이오.”

“그렇습니까? 김유신의 수염보다 낫지요.”

화청이 수염을 쓸어내리면서 웃었다. 붉은 입안에 서너개의 빠진 이가 드러났다. 화청은 김유신과 동갑이다. 66세인 것이다. 그러나 김유신은 수염이 숱이 적은데다가 이가 거의 다 빠져서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화청이 다시 소리쳤다.

“우리가 먼저 황산벌에 닿겠습니다. 신라군은 내일 오후에나 도착할 것 같다고 합니다.”

북상하면서 수시로 동쪽으로 탐색병을 보내 신라군의 동향을 보고받고 있었던 것이다. 김유신이 이끄는 5만 군(軍)은 기마군 1만에 보군 4만이다. 보군과 함께 움직이는 터라 하루에 150리밖에 전진하지 못하는 것이다. 계백의 기마군은 각각 예비마 1필을 끄는데다 병참군도 말을 타고 따르는 것이다. 하루에 400리(200km)를 주파한다. 신라군보다 거의 3배나 빠른 기동력이다. 그때 앞쪽에서 전령이 달려왔다. 전령 깃발을 든 기마군 둘 뒤로 무관 복색의 기마인 둘이 따르고 있다. 계백이 달리면서 유심히 앞쪽을 보았다. 그때 계백의 뒤를 따르던 하도리가 소리쳤다,

“도성으로 갔던 장덕 한성입니다!”

그렇다. 한성이다. 부장(副將) 계덕 천용을 먼저 도망치게 한 다음에 도성에 남았던 한성이다. 그때 전령과 함께 한성이 달려왔다.

“달솔.”

“오, 장덕! 살아왔구나!”

달리면서 계백이 소리쳤다. 그때 옆으로 흥수까지 다가왔고 말을 속보로 걸리면서 계백이 물었다.

“어떻게 도망쳐 왔느냐!”

“도성 앞에서 연임자가 보낸 놈을 칼로 베어 죽이고 달려오는 길입니다.”

한성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놈들은 저한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놈들이 우두머리르 잃고 당황하는 사이에 도망쳐 온 것입니다!”

“장하다!”

“달솔, 도성 안에서 제가 들은 소문이 있소!”

이제 계백과 한성을 중심으로 장수들이 둥그렇게 모여서 달려가고 있다. 한성이 소리쳐 말했다.

“동방방령 사택부에게 3만 기마군을 끌고 황산벌로 나가라고 대왕께서 지시했지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럴 것이야!”

흥수가 핏발 선 눈으로 계백을 보았다.

“백제 조정은 이미 연임자 일당에게 다 장악되었다. 대왕은 허수아비가 되어 있을 뿐이야!”

예상한 일이었지만 흥수가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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