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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91) 15장 황산벌 10
[불멸의 백제] (291) 15장 황산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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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2.2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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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웅치산성의 청안, 계백이 황령산성, 장동석성에서 포진하고 있던 화청, 윤진까지 불러 회의를 하고 있다. 오전 진시(8시) 무렵, 둘러앉은 장수들은 10여명, 왜인으로 백제군 장수가 된 하도리와 다께다까지 모였다. 계백이 입을 열었다.

“오늘 오후에는 신라군이 황산벌 남쪽 끝에 닿는다.”

계백의 표정은 담담하다. 날씨 이야기를 하는 농부 같다. 농부는 날씨가 궂거나 개거나 태연하다. 하늘의 뜻에 일희일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계백이 말을 이었다.

“신라군은 사비도성 앞에서 당군(唐軍)과 만나 함께 사비도성을 공격할 계획이라 우리는 신라군을 막고 그동안 남방(南方)이나 서방(西方)군이 모이기를 기다려야 한다.”

“달솔.”

주장(主將) 계백의 자문 역할로 말석에 앉아있던 흥수가 나섰다. 흥수가 어느새 물기가 번진 눈으로 계백을 보았다.

“서방군, 남방군은 모이지 않소. 이미 연임자가 장수들을 교체 한데다가 사기가 떨어져서 오합지졸이요.”

마침내 흥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머개를 든 흥수가 계백을 보았다.

“달솔, 황산벌에 모인 왜군은 강군(强軍)이요. 달솔을 위해서 모두 목숨을 바칠 것이오. 허나….”

흥수의 시선이 장수들을 둘러보았다.

“분하오. 대백제가 마지막 국운(國運)을 왜군 5천에 걸고 있다니 내가 죽어서도 눈이 감기지 않을 것 같소.”

그때 윤진이 나섰다. 어깨를 치켜세운 윤진이 흥수를 노려보았다.

“좌평, 우리는 백제 대왕을 위하여 여기 온 것이 아니오. 달솔 계백과 함께 죽으려고 왔소. 다른 건 상관하지 않소.”

윤진의 두 눈도 번들거렸다. 그때 화청이 말을 받았다.

“나도 그렇소. 보시오.”

화청이 손을 들더니 둘러앉은 장수들을 가리키고 나서 제 가슴을 쳤다.

“나는 당(唐)고조 이연이가 태원유수로 있을 때 휘하 장수였다가 탈주하여 대백제의 장수가 되었으며...”

숨을 고른 화청이 말을 이었다.

“여기 앉은 윤진은 본국(本國) 출신이나 달솔은 백제 담로인 연남군에서 왔소.”

화청이 하도리와 다께다를 가리켰다.

“하도리는 왜인이었다가 일찍 귀화하여 백제 장수가 되었고 다께다는 왜국 영지의 장수요.”

몸을 돌린 화청이 흥수를 보았다.

“좌평, 달솔 계백이 지휘하는 군사가 바로 대백제의 얼굴이요.”

“과연.”

어깨를 부풀린 흥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눈물범벅이 된 얼굴이 웃는다.

흥수가 고개를 들고 계백을 보았다.

“달솔, 내가 늙었으나 신라 장수 한 둘은 벨 수가 있소. 나도 앞장을 설 테니 군사를 주시오.”

잠자코 듣기만 하던 계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신라군이 왜국 기마군을 전부터 얕보고 있었소. 거기에다 소정방과 합류하려고 서두르고 있으니 헛점이 많을 것이오.”

계백이 장수들을 둘러보았다.

“너희들은 일당백의 용사다. 그러나 자만하면 안 된다.”

장수들이 숙연해졌고 계백의 말이 이어졌다.

“명심해라. 개죽음을 할 수는 없다. 우리의 목적은 대백제의 존속이다.”

계백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만일 우리가 이곳에서 소멸된다면 신라는 인심 쓰듯이 황산벌의 이야기를 한 줄 남겨둘 것이다. 열 번 싸워 이기다 죽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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