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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창영 시인 - 오창렬 시집 ‘꽃은 자길 봐주는…’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창영 시인 - 오창렬 시집 ‘꽃은 자길 봐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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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06 20: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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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그리울 때, 시가 더 그리울 때
오창렬 시집 '꽃은 자길 봐주는 사람의 눈 속에서만 핀다'

전북일보 신춘문예는 한국 문단의 등용문으로, 그동안 치열한 문학정신을 가진 작가들을 배출해왔습니다. 문단을 살찌우며 문학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이들,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작가들이 아끼고 귀하게 여기는 책을 소개합니다. 장르 제한 없이 전북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두고 3년 이내 출간된 작품을 독자에게 추천할 예정입니다.

 

주말 남쪽에는 매화가 한창이었다. 향기를 머금은 매화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길을 나선 참이었다. 하지만 올봄만큼은 봄나들이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으레 봄이면 화사하게 터지는 섬진강변 벚꽃 이야기며 지리산을 불태울 노고단의 철쭉 이야기도 미세먼지가 다 삼켜버렸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뒤덮은 미세먼지에 내내 시달려서인지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잠 못 이루는 밤에 오창렬의 시집을 꺼내 읽는다. 눈 밝은 시인은 무심한 세상에서 그만의 독법으로 읽어낸 이야기를 나긋나긋하면서도 조곤조곤 풀어 놓는다. 그 흐름이 장대하기가 이를 데 없다. 그동안 내가 알던 시인에게 이런 구석이 숨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도도한 물결이 시집 곳곳에 출렁거린다. 그 와중에도 시인은 “자모음의 결합 같아서/바람도 허물지 못”하는 “적막 한 채”(‘적막’)를 치는 거미와 같은 소소한 일상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시인이 세상에 던지는 이야기는 자식 걱정에 늘 안타까운 눈을 하고 있는 어머니(‘열아흐레 달’)나 기약 없이 불현듯 찾아오는 사랑(‘덜컹거리는 창문’)의 다른 이름으로 읽히기도 한다.

첫 시집 <서로 따뜻하다>로 많은 평자와 독자의 사랑을 받은 바 있는 오창렬은 계간지 <시안>에 ‘하섬에서’로 등단한 시인이다. 첫 시집에서 보여주었던 세상을 보는 맑은 눈은 이번 시집에는 더 깊고 따뜻해졌다. 그의 두 번째 시집 <꽃은 자길 봐주는 사람의 눈 속에서만 핀다>의 갈피에는 그가 이 힘들고 어두운 세상 너머에서 발견한 따뜻한 사람 냄새와 충만한 생명이 넘실거린다. 이 화창한 봄날에 꽃들은 지천에 피고 지다가 오창렬의 시 속에 가만 문을 열고 들어와 흐드러진다. 눈 속에서 피어난 “봄길 밝히는/노오란 촛불 한 그루”(‘복수초’)도 매혹적이지만 “저 꽃과 꽃 사이의 여백이 오히려 꽃”(‘여백’)이라는 구절에 이르면 지리산 바래봉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을 철쭉이 눈에 밟힌다. 이처럼 그의 시집 곳곳에는 사방에서 이 봄을 찬란하게 사르고 있을 복수초며 철쭉, 벚꽃, 산수유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빛나고 있다.

이 봄,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허전하거나 설렘으로 마음이 들뜨는 이라면 이 시집을 구해 읽기를 권해본다. 운이 좋으면 “오후 5시 무렵은 그늘이 깊어지는 시간”(‘그늘을 재어보다’)라는 구절처럼 마음에 오래오래 남는 시구절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시를 읽다 보면 밤은 짧고, 어쩌면 이대로 끝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처럼 당신도 이 시인과 만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이 봄날에는.

 

장창영 시인
장창영 시인

* 장창영 시인은 전주 출신으로 20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불교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동백, 몸이 열릴 때>와 문학이론서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 등을 펴냈다. 그동안 다녀온 여행기를 여행잡지 <뚜르드 몽드>에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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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후 2019-03-06 22:27:25
미세먼지 때문인지 시 한 편이 더욱 간절해지는 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