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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98) 15장 황산벌 17
[불멸의 백제] (298) 15장 황산벌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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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07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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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잘 싸웠다.”

계백이 소리쳐 말했다. 이곳은 웅치산성 아래쪽, 3영의 군사가 다 모였다. 이번 전투는 백제군의 기습 공격으로 신라군 선봉대를 흩트렸다. 좌우를 펼치고 달려들던 신라군 선봉대는 백제군이 갑자기 방향을 트는 바람에 저희들끼리 겹치고 아군의 화살에 맞는 혼란이 일어났다. 백제군은 재빠른 기마전술로 물러나 다시 모였고 신라군은 지금도 정비 중이다. 신라군과의 거리는 4리(2km) 정도, 아직도 먼지에 덮인 신라군 진영을 바라보면서 계백이 말했다. 앞쪽에는 3영의 대장, 장수들이 다 모여 있다.

“이제 신라군은 5만 병력을 믿고 한꺼번에 덤볐다가 저희들끼리 죽이는 일이 없도록 조심할 것이다.”

계백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장수들을 보았다.

“황산벌은 기마군 대군이 전투를 하기에는 좁은 곳이야. 그것을 안 김유신은 한꺼번에 대군을 몰아넣지 않을 테니 너희들의 무용(武勇)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가 있다.”

수백 명 장수들의 눈빛이 강해졌다. 한낮, 아직 정오도 안 되었다. 한차례 싸움에서 신라군 선봉군 1만을 혼란에 빠뜨린 백제군 5천은 사상자도 수백 명 정도다. 신라는 그 10배의 손실을 입었다. 계백이 목소리를 높였다.

“들어라! 이번에는 김유신이 정예군을 뽑아 우리 3영의 진을 깨뜨리려고 올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5천이 한 덩이가 되어서 친다!”

“와앗!”

장수들이 일제히 함성을 뱉었다. 그야말로 사기충천, 모두 생사(生死)를 잊은 표정이다. 대부분이 왜군 장수다. 본국에서 신라군을 맞아 서전에서 혼란에 빠뜨렸다는 자긍심이 넘쳐흐른다.

“전군(全軍)을 쏟아부을 수는 없다.”

김유신이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좁은 구덩이 안에서 혼전이 벌어지면 숫자가 많은 쪽이 불리하다.”

김품일과 이번 서전에서 혼란에 빠졌던 선봉대장 김흠춘도 고개를 끄덕였다. 김유신의 본진 앞, 잠깐 멈춰선 대군의 대장군 둘이 총사령과 함께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김유신이 둘을 번갈아 보면서 말을 이었다.

“백제군이 잘 훈련되었다. 기마군의 진퇴가 능란하고 전의(戰意)가 펄펄 솟아오른 것이 멀리서도 보인다.”

“적은 죽기를 각오한 자세입니다.”

김흠춘이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말했다.

“허나 우리 신라군은 대군(大軍)임을 믿고 느슨해져 있었습니다.”

“계백이 처자를 왜국으로 보냈다는 소문이 아직 덜 퍼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김품일이 말했다.

“왜군 병사들에게 그 소문이 다 퍼졌다면 사기가 떨어질 텐데요.”

“아니다.”

쓴웃음을 지은 김유신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알 정도니 이미 소문이 다 퍼졌을 것이다.”

“아니, 그러면…….”

“그것이 오히려 백제군 주력인 왜병의 사기를 더 북돋웠을 거야. 우리도 이겨서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할 테니까.”

두 대장군의 시선을 받은 김유신이 쓴웃음을 지었다.

“김흠춘, 이번에는 선봉군 5천을 뽑아 백제군과 정면으로 부딪쳐라. 5천 대 5천으로.”

“예, 총사령.”

김흠춘이 어깨를 부풀리고 대답했을 때 김유신이 품일에게 말했다.

“너도 5천 기마군을 뽑아 대기해라. 네가 2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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