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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700년 살아있는 화석 ‘마가서회’를 가다 - (상) 마가서회를 찾아서] ‘하늘을 천막 삼고, 땅을 무대로’ 중국 최대 판소리대회
[판소리 700년 살아있는 화석 ‘마가서회’를 가다 - (상) 마가서회를 찾아서] ‘하늘을 천막 삼고, 땅을 무대로’ 중국 최대 판소리대회
  • 천경석
  • 승인 2019.03.12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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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음력 정월 허난성 바오펑현 마가촌서 개최
공연 벌어지는 곳으로 가는 골목마다 많은 인파
“유랑 이야기꾼들 줄어…중국 정부, 적극 보존”

중국 판소리 700년의 화석. ‘마가서회’를 일컫는 말이다. 우석대 공자아카데미와 전북일보가 중국 판소리의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마가서회를 찾았다. 우석대 공자아카데미 전홍철 원장과 판소리 예능인이자 현 전통문화고·슬로시티 전주학교 강사인 박윤희 선생이 함께했다. 한국 판소리의 고장 전주와 마가서회의 중국 바오펑현은 닮은 듯 달랐다. 7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판소리 대회조차 옛 모습이 점차 사라지는 안타까운 모습은 우리 판소리 모습과 닮았다. 반면 중국 정부가 적극 보존에 나서는 모습은 우리 현실에서도 생각해볼 문제다. 마가서회에 대한 소개뿐 아니라 현지에서 보고 느낀 그대로의 모습을 영상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전한다. <편집자 주>

 

2019 마가서회 전경
2019 마가서회 전경

“하늘을 천막으로 삼고(以天當幕), 땅을 무대로 여기며(以地爲臺), 곡예로 벗을 사귀는(以曲會友) 모임”

“하루에 천 개의 무대를 볼 수 있고(一天能看千臺台戱), 삼일 동안 만여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三天勝讀萬卷書)”

야외광장에서 펼쳐지는 유랑예인들의 경연대회, 마가서회(馬街書會)의 특징을 표현하는 몇 가지 중국 성어(成語)다.

 

해마다 음력으로 정월이 되면 허난(河南)성 바오펑(寶豊)현 양장(楊庄)진 마가(馬街)촌에서 마가서회가 열린다. 중국에선 이곳을 ‘중국 판소리의 고향(中國曲藝之鄕)’이라거나 ‘중국 민간예술의 고향’, ‘중국 마술의 고향’이라 칭한다. 중국에서는 판소리를 ‘곡예(曲藝)’ 혹은 ‘설창(說唱)’이라 하는데 곡예라 부른 것은 유랑예인집단의 예술에서 비롯했기 때문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터에서 장대타기나 죽방울받기, 공놀리기, 접시돌리기 등 각종 기예가 펼쳐졌고 이때 판소리도 함께 공연된 것으로 추정한다.

처음 마가서회 취재 이야기를 듣고, 조금이라도 알아보려 조사했지만 막연하게만 다가왔다.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마가서회라는 낯선 이름뿐 아니라 중국의 역사와 문화도 함께 생각해야 했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을 만큼 출국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 마가서회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이라도 알고자 전 원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 중국 판소리와 마가서회
 

마가서회에서 공연하는 예능인들 모습
마가서회에서 공연하는 예능인들 모습

중국에서는 판소리를 ‘곡예(曲藝)’ 혹은 ‘설창(說唱)’이라 부른다. ‘곡예’의 곡(曲)은 악곡·가곡을 의미하며 예(藝)는 기예·예능을 뜻한다. ‘설창’은 글자 그대로 이야기(說)와 노래(唱)를 엇섞어 공연하는 예술을 가리킨다. 중국은 판소리가 진한(秦漢) 시기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한나라 시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악무백희도(樂舞百?圖)에는 공놀리기·접시돌리기·불토하기 등 각종 기예가 펼쳐지는 장면이 묘사돼 있고, 그 가운데 곡예 즉 판소리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 판소리는 400여 종이 되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렇듯 종류가 많은 이유는 서사적인 긴 이야기를 창(소리)과 아니리(말)를 엇섞어 부르는 것, 소리 위주로 하는 것, 말 위주로 전개하는 것 등 지역에 따라 각양각색이고, 반주 악기 또한 북과 삼현(三弦) 등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큰 줄기로 구분하면 중국 북방 곡예는 설서인(說書人)이 북 반주를 위주로 공연해서 ‘고서(鼓書)’라 부르고, 남방 곡예는 현악기를 많이 사용해서 ‘탄사(彈詞)’라고 칭한다.

마가서회가 700여 년의 시간 동안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바오펑현이 지닌 지리적 특색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전 원장은 “마가서회의 마가는 말이 많이 다니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라는 뜻으로 교통 중심지로 해석된다”며 “서회는 설서인, 즉 이야기꾼 대회를 말하는데 서적을 판소리로 들려주는 대회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오펑현은 과거 교통의 요지로 수많은 노점이 들어서고 사람들의 왕래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큰 장(場)이 형성됐다. 이곳에 이야기꾼이 청중에게 돈을 받고 수많은 이야기를 판소리로 들려준 것이 마가서회의 시작이다.

중국 최대 규모의 판소리대회인 마가서회 이외에도 작은 규모이지만 의미 있는 여러 대회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유랑예인 판소리대회로 호집서회(胡集書會)를 꼽는다. 호집서회는 산둥성 후이민(惠民)현에서 매년 정월 보름 개최되며, 반주 악기로 주로 북을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판소리에 좀 더 가깝다. 호집서회를 대표하는 곡예로는 하서대고(河西大鼓), 산동대고(山東大鼓), 경운대고(京韻大鼓) 등이 알려져 있다.

 

△ 마가서회의 고장으로
 

마가서회 공연장을 찾아가는 인파 행렬
마가서회 공연장을 찾아가는 인파 행렬

이번 취재에서 마가서회를 찾는 이유는 뚜렷했다. 마가서회의 모습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전 원장은 “마가서회는 7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기네스북에 등재될 만큼 큰 규모의 판소리대회지만 실제로는 유랑 이야기꾼들이 줄며 옛 모습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형국”이라며 “수년 전부터 중국 정부가 적극 보존에 나서고 있어 다행입니다. 우리도 한국 판소리의 옛 모습 복원을 위해서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전주와 마가서회. 한국과 중국의 판소리 본고장이라는 점에서 둘은 서로 닮은 듯 다르다. 마가서회의 모습을 살펴봄으로써 전주 판소리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지 않을까. 부푼 마음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두 시간여의 짧은 비행, 하지만 중국 정저우 공항에서 바오펑현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비행시간보다 길었다. 전주와 다르지 않은 뿌연 하늘에 탄식하며 차에 몸을 실었다. 공항에서 4시간여를 달려 숙소에 도착하자 늦은 오후가 됐다. 이튿날 있을 마가서회를 공부하려고 준비한 자료를 펼쳐 침대 위에 올려놓았지만 그대로 잠들었다.

공연이 펼쳐질 아침. 숙소 앞 버스를 타고 마가서회 공연이 벌어지는 곳으로 이동했다. 마가서회를 찾아가는 길목마다 수많은 인파가 줄지어 이동했다. 쌀쌀한 날씨에 연신 점퍼를 여몄다. 코끝으로 전해져오는 길거리 음식 냄새와 멀리서 들려온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귓전에 맴돌았다. 사람들의 행렬에 휩쓸려 가다 보니 갑자기 탁 트인 넓은 공간이 나왔다. 너른 들판으로 보이는 그곳엔 이미 수많은 인파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제야 실감 났다. 이곳이 마가서회구나. 상상했던 공연장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중국 허난성=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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