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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 예술 작품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없다
[금요수필] 예술 작품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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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1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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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상
유현상

티티안은 16세기 르네상스의 위대한 화가다. 사람들의 눈에 그의 붓놀림은 너무 쉬워 보였다. 작품들 역시 쉽사리 금방 완성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런 경지에 이르기까지 티티안은 오랜 연마와 꾸준한 작업 과정을 거쳐야 했다. 결코 만만하지 않은 힘든 과정이었지만 그는 불굴의 장인이었다.

샤를 5세에게 <최후의 만찬>을 바치며 보낸 편지는 그가 그림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 알게 해준다. “폐하, <최후의 만찬>은 7년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그린 결과물입니다.”

하루는 이런 일도 있었다. “고작 열흘 동안 일해 흉상 하나를 만든 대가로 50시킨(고대 베이스의 금화)이나 청구하는 것이오?”하고 베니치아의 귀족이 그에게 불평을 하는 것이다. 티티안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내가 그것을 열흘 동안 만드는 법을 익히는 데 30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잊은 모양이군요.”

맞는 말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쉽게 얻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평생을 피나는 노력과 땀의 결과이기에 다른 사람이 보기엔 쉽게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작품 마다 마다 돈 가치로 따지면 본인에게는 무한대의 가치인 것이다

모처럼 서예를 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기위해서 서예실을 찾았다. 한참 서예 연습을 하다가 반가이 맞이하면서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차 한 잔을 마시게 되었다. “친구는 서예를 언제부터 시작했지?”, “거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했으니 거의 60년 쯤 된 것 같지?”, “이제, 통달했겠구먼!”, ‘이제 시작인데 뭘……“

서예의 외길을 거의 30년 걸었는데도 이제 시작이라니 할 말이 없었다. 한참을 둘러보다가 구석에 서예작품이 구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걸어가서 펼쳐보니 내가 보기엔 너무나 멋진 서예 작품이었는데 버린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 작품 내가 보기에 너무 훌륭한 작품인데 왜 버렸나.”, “응, 좀 마음에 안 들어서 …”, “그렇다고 이 아까운 작품은 버리는가. 그럼 혹 나에게 줄 수는 있나”, “안 돼!”

너무나도 결연한 자세로 말해서 나도 당황했다. 이왕 버릴 거니 나를 주면 되지 않겠느냐고 한 말인데 친구는 단호히 말했다. “다음에 기회 닿으면 그때 한 점 해주겠네.”하며 말하는 그의 본뜻은 이러했다.

자기의 작품 중에서 실패한 작품인데 우리 집에 가 있으면 서예를 한다는 사람이 보게 될 경우도 있을 텐데 자기를 욕보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조금이라도 실수한 작품이라 생각되면 아깝지만 과감히 버리는 것이 자신의 수칙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드는 완전한 작품만 세상에 내 놓는다는 것이다.

역시 프로의 근성을 알게 되어 공연히 얼굴이 빨개졌다. 평생을 절차탁마하며 피나는 노력을 해서 오늘의 그 멋진 작품이 나온 것이다. 모든 작품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시, 수필, 소설, 미술, 서예, 음악, 무용, 공예 등 모든 예술 작품이 그렇다. 김연아의 피겨선수도 그렇고, 양궁선수도 그렇고, 박지성 선수도 그렇고, 조용필 가수도 그렇다. 어려서부터 평생을 쌓아온 그 피나는 노력과 연습으로 오늘의 예술 작품이 탄생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예술을 감상할 때는 드러난 겉만 보지 말고 심오한 내용과 더불어 그 속에 담긴 작가의 피땀과 참모습까지 발견해야한다.

▲ 유현상은 순창 교육장과 전북과학교육원 원장을 역임했다.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한국아동문학회 중앙위원으로 있으며 동화집 <늦게 말한 사람이 진거야> 등 동화집과 동시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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