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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한 대의정치, 시민참여 정치가 대안이다
갑갑한 대의정치, 시민참여 정치가 대안이다
  • 기고
  • 승인 2019.03.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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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원논설위원
▲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 변호사로 분한 송강호가 법정에서 또박또박 힘주어 외치던 구절이다. 헌법 1조 2항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권력의 주체로 규정하고 있지만 정치영역에서의 국민은 힘 없는 객체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섬긴다”고 말하지만 국민은 안중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선거제도 개혁이 대표적이다. 승자독식과 지역주의 고착을 부채질하는 현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 의견은 70%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국회는 정개특위를 구성해 놓고도 허송세월했다. 시한을 두차례나 넘기더니 선거구 법정 시한인 지난 15일까지도 무위였다. 우여곡절 끝에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키로 합의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제1야당을 패싱시킨 선거제도가 과연 실행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결국 정쟁만 하다 개혁다운 개혁도 못하고 21대 총선은 현행대로 치러질 수도 있다.

생산적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는 이유는 국회의원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현안을 국회의원들에게 맡겨둔 탓이 크다. 이른바 셀프 결정이다. 선거제도 개혁은 중앙선관위 산하 각계 다양한 인사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로 넘겨야 맞다.

국회의원들의 세비, 징계, 해외출장 심사 등도 모두 국회의원들이 셀프 결정한다. 무슨 말을 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면책특권, 방탄조끼인 불체포특권도 헌법의 취지대로 활용하지 않고 국회의원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의 국민신뢰도는 여러 기관중 꼴찌다. 개혁에는 둔감하고 정쟁에는 치열하다. 직위를 이용한 청탁 압력도 많다. 반면 일하는 모습은 기대이하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제출한 법률안은 1만8607건이지만 처리된 법률안은 29.4%인 5466건에 불과하다. 1만2976건의 법률안이 국회에 묶여 있다.

촛불혁명 이후 곳곳에서 개혁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지만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국회의원 자신들의 경제적 특혜, 신분상의 특권 관련 현안을 셀프 결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 개혁 대상이다.

국민눈높이 정치가 실종되고 국회가 생산적이지 못하는 탓에 대의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200년 동안 지속된 대의제의 시효가 끝났다고 단언하는 학자도 있다. 소수 직업 정치인이 군림하는 대의제의 맹점을 보완할 방편으로는 시민참여형 민주주의가 대안이다.

2015년 오픈한 스페인의 시민참여 플랫폼 ‘디사이드 마드리드’(decide.madrid.es)가 좋은 예다. 여기서 제안된 의견이 1년 안에 마드리드 인구의 1%(2만7000명)의 지지를 받으면 자동으로 시의회로 넘어가 공식적으로 논의된다. 다양한 의견들이 행정과 도시계획, 예산편성에 적극적으로 반영된다.

이탈리아의 정치세력인 ‘오성운동’, 스페인의 풀뿌리 시민정당인 ‘바르셀로나 엔 코무’는 낡은 정치시스템을 거부하며 새롭게 등장한 시민주도형 정당이다. 이 정당은 2015년 지방선거에서 기성정당을 물리치고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정책-공약-후보자 선출이 시민토론과 표결로 결정되고 직업 정치인의 특권 배제, 투명한 정보공개는 기본이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고 휴대폰으로 은행 결제를 하며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다. 저비용 고효율의 온라인 정치환경이 뿌리내리고 있다. “정치인, 당신들끼리 잘해 먹어라”고 손가락질만 할 일이 아니다. 수평적 시민토론에 의한 집단적 의사결정을 요구하고 실행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 그럴 때 객체였던 국민도 권력의 주체로 바로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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