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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교사, 가해자와 같은 지역 근무하다니
성폭력 피해교사, 가해자와 같은 지역 근무하다니
  • 전북일보
  • 승인 2019.03.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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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가해자가 피해를 당한 여교사와 같은 지역에 근무하는 일이 벌어진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성범죄에 대한 전북교육청의 인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된다.

지난 1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전북여성단체연합 등 13개 시민사회단체는 “전북교육청은 성폭력 가해자를 즉각 전보 조치하고 피해자와 분리하라”고 촉구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1년 12월 장수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여교사가 교육청이 주관한 워크숍에 참석했다가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 이 여교사는 성폭력 트라우마로 인해 장기간 휴직을 한 뒤 지난해 9월에야 교단에 복직했다. 그런데 최근 자신의 근무지역에서 성폭력 가해자를 다시 맞닥뜨려 경악했다는 것.

사건 발생 당시 이 여교사는 가해자의 자녀들이 관내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가해자를 형사고발 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되었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가해자는 행정처벌인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고 징계 시효완료 후 승진까지 해서 다시 옛 근무지역으로 복귀했다.

더욱이 피해자도 모르는 본인의 탄원서가 가해자의 징계위원회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져 법적인 문제도 제기된다. 또한 사건 발생 당시 교육청에서 같은 지역에 근무하거나 승진하는 일은 없다고 피해 교사에게 약속했음에도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문제는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치가 안 되는데 있다. 충격에 빠진 여교사가 가해자와 대면하지 않도록 분리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데도 교육당국은 이미 징계와 전보 조치가 끝났다며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행 교육공무원 전보규정에는 징계를 받은 성범죄 공무원이 특정지역에서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성범죄에 대한 인식수준이 낮다. 피해자가 평생 겪는 트라우마나 고통에 비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도 낮고 피해자의 입장에 대한 이해와 배려도 부족한 편이다.

전북교육청은 조속히 성폭력 후속 대응 매뉴얼에 대한 개정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성범죄 공무원에 대한 관리 규정을 강화해서 징계조치 이후 근무지역 제한과 피해자에 대한 보호 등 세심한 관리 규정을 만들어서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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