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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원과 미풍
미원과 미풍
  • 위병기
  • 승인 2019.03.25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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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은 생전 못한것이 3가지가 있었다고 한다. 자식들을 서울대에 못 보낸 것, 삼성계열 중앙일보가 동아일보를 못 이긴것, 제일제당이 생산하던 조미료 미풍이 대상에서 생산한 미원을 능가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녀들은 서울대 보다 더 좋은 미국이나 일본의 대학을 나왔고, 중앙일보는 오래전 동아일보를 넘어섰으나 끝내 미풍은 미원의 높은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굴지의 재벌이 시장을 독점하던 시대 상황에서 미원을 이기지 못한 이병철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미원과 미풍은 반세기 동안 라이벌 이었다. 하나는 호남을 대표하고 하나는 영남을 대표하는 지역색까지 입었으니 얼마나 관심이 클지는 불문가지다.

전주의 명물이던 미원탑은 전주시 팔달로 옛 전주시청 사거리에 있었으나 지금부터 꼭 40년전 전국체전을 앞두고 철거된 바 있다. 미원탑은 1956년 창립해 지금은 대상그룹으로 이름이 바뀐 미원그룹이 순수 국내 발효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해 선풍적 인기를 끈 최초의 국산 조미료 ‘미원’을 알리기 위해 1967년 설치했던 광고탑이다. 정읍 출신 고 임대홍 미원그룹 회장이 사비를 들여 설치한 미원탑은 조미료인 미원을 알리는 광고탑 역할도 했지만 전주의 상징물이었다. 전주시가 지난해 미래유산보존위원회 심의를 거쳐 미원탑 터와 함께 전주 남부시장, 호남제일문, 어은쌍다리, 한성여관 등 38곳을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인구와 자본이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가는 오늘날 시각에서 보면 미원이 미풍을 누른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실제로 전북이 서울, 부산을 비롯한 대도시와 공정한 경쟁을 했을때 이길 수 있는 분야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잘 찾아보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철저히 지역과 특화된 재화와 용역을 바탕으로 누가 보더라도 합당한 명분을 갖추면 못할 것도 없다. 요즘 ‘제3 금융중심지’ 추가 지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공식 발표는 안됐으나 KDI의 용역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좀 부족한 것으로 결론이 도출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전북의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나 마냥 포기할 일만은 아니다.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현실을 감안해 향후 정무적 판단을 곁들일 경우 얼마든 명분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전북이 추가 선정되면 부산이 큰 손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켜야만 한다. ‘제로섬 게임’이 아닌 ‘상생’임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정치공학상 전북이 부산을 넘어서기 어렵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제2의 미원 신화가 창조되는지 잘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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