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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형미 시인 - 박수서 시인 ‘해물짬뽕 집’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형미 시인 - 박수서 시인 ‘해물짬뽕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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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2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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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맛을 아는 ‘고독한 미식가’

그의 나이 올해로 마흔 다섯. “영혼은 퇴행하고 / 아픔은 진화했다(‘마흔 넷’ 전문)”고, 그는 말했다. 죽는 이치도 알고, 사는 이치도 안다고 얼마만큼은 말할 수 있는 나이. 무엇이 그토록 그를 메마르고 황폐하게 만들었을까. 영혼이 퇴행할 만큼 아프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상처가 목숨을 위태롭게(‘잡탕밥’ 부분)” 할 정도로 사무친 사람이 되었을까.

직업상 부안으로 발령이 난 그가 <해물짬뽕 집>을 내겠다고 연락이 오지 않았던들 그 속내를 알기나 했을까. “먹고 사는 일이나 / 시를 짓는 일이 / 버겁기는 한 가지(시인의 말 중)”라고, <해물짬뽕 집>에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시인은 말했다. 여전히 우스꽝스러운 유머를 재치 있게 구사할 줄 아는 선배 시인의 입에서 나온 얘기가 충격이라면 충격이었을까.

하지만 어느 곳이든 한 곳에 깊숙이 들어갔다 나온 사람의 눈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것이 시든, 아픔이든, 사람속이거나 죽음이든 간에. 다른 무엇도 아닌 자기 자신 하나만 가지고 ‘들어가는’ 사람은, 그 속에서 충분히 삭여낸 심장을 가지고 다시 나올 수 있다는 것 또한 기억하고 있다. 하여 ‘한겨울 인생의 쓴맛을 혹독히 겪(‘머우 무침’ 부분)’은 기억으로 더욱 자기 내면에 대하여 견고해질 수밖에 없음을.

때문에 박수서 시인의 시들은 ‘봄날 입맛 돋우는 나물(‘머우 무침’ 부분)’처럼 쓰다. 삶이 아름답다며 서정적인 군더더기를 겉대거나 꾸미려는 마음은 애초에 없다. 다소 건조하고 메마르다고 여길 수 있겠으나, 대신 ‘사는 일에 지쳐 눌린 어깨에 피가 되고 살이 되라고(‘삼겹살’ 부분)’, 시인의 가슴에는 늘 ‘물컹하고 고소한 생고기를 품고 있(‘삼겹살’ 부분)’다.

‘너와 나에게 맞짱 뜨는 인생도 / 섞고 볶다 보면 그게 그거 아니겠(‘잡탕밥’ 부분)’느냐는 식의, 결코 건방지지 않은 건들거림도 있다. 어딘가 한 곳에 깊숙이 들어가 세상 밖에서 세상을 보아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몸짓이다. 그렇다. 그는 시에서도 비릿한 ‘날것’의 냄새를 풍길 줄 아는 시인인 것이다.

 

김형미 시인
김형미 시인

* 김형미 시인은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2003년 <문학사상>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 <오동꽃 피기 전>,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 그림에세이 <누에>, <모악산> 등이 있다. ‘불꽃문학상’, ‘서울문학상’, ‘한국문학예술상’, ‘목정청년예술상’을 수상했다.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요즘은 다 놓고 그대와 함께 장편의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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